폼페이오 "트럼프, 실질적 진전 있을 때만 북미정상회담 고려"

3차 정상회담 선긋기... "대화 위한 대화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실질적 진전이 있을 때에만 북미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이 11월 미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상황 변화가 없는 현재로선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주관한 대담 행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북한은 여러 신호를 놓쳐왔다”고 전제한 뒤 “진실은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결과들을 달성하는 데 있어 진전을 이룰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을 경우에만 정상회담에 관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시점에서 북한은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대외관계 전면에 나선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담화를 통해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한 것을 겨냥한 언급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비핵화 문제 등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명시적 조치를 내놔야 정상회담을 고려할 수 있는데, 현재 북한의 신호가 없는 만큼 대선 전 회담은 어렵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마디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 카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잇따라 군불을 때며 한반도 정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북한)이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우리도 확실히 그렇게 할 것”이라며 3차회담 문을 열어놨다. 그러자 폼페이오도 “나는 당사자가 있는, 진행 중인 대화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북한과)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호응했다.

대선을 앞두고 여러 악재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의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해석이 많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 성사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에선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