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사과할 줄 모르는 소상공인 수장

제대로 사과할 줄 모르는 소상공인 수장

입력
2020.07.14 15:40
수정
2020.07.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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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사과에 "여성 그룹 생계 도우려 초청 공연했다"? 황당 해명까지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난 달 열린 '춤판' 워크숍 논란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위기관리 컨설턴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공저 '쿨하게 사과하라'란 책에서 사과에도 적절한 시기와 기술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사과는 부정적인 논란이 발생한 초기일수록 좋다' '절대로 변명하지 말라' '처벌을 달게 받고 자숙할 것임을 밝혀라'라는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배동욱(60)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회장은 사과의 시기도 놓쳤을 뿐더러 적절한 기술도 부족해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는데 지난 달 25일, 강원 평창에서 여성 그룹을 초청해 공연을 관람하는 등 '춤판' '술판' 워크숍을 벌여 공분을 샀던 배 회장은 14일에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지 2주 만에 입장 표명에 나선 셈입니다.

배 회장은 '쿨' 하게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한 건 반성 한다"면서도 워크숍의 정당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40~60대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렇게 빡빡한(알찬) 교육을 처음 받아 본다는 말이 나왔다" "문제가 된 건 2박3일 중 15분" "사회자가 레크리에이션을 하는 부분만 편집됐다"고 해명하는 모습에서 배 회장이 진심으로 잘못을 느끼는 지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또한 여성 그룹을 부른 이유에 대해 그는 "공연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여성 그룹 역시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이라 도움을 주려 했다"는 황당한 해명까지 내놨습니다. 소공연 임원 일부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회장에게 사퇴를 촉구한 것에 대해서도 배 회장은 "그 분들은 내가 회장될 때 반대했던 분들"이라며 "어느 조직이나 여야가 있다"고 정쟁으로 몰아갔습니다.

얼마 전 소공연 사무국 노조가 폭로한 의혹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지만 배 회장은 사안 축소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회장 취임 후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꽃집에 화환 발주를 몰아줬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5년 전 가격으로 진행한 것" "외상 결제였다"고 굳이 덧붙였습니다. 정부 보조금으로 구매한 책을 워크숍 현장에서 재판매해 후원금을 챙겼다는 폭로에 대해 배 회장은 "판매가 아니라 기부금을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책은 무료였는데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냈다는 의미였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우후죽순 열리는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떠오른 건 기자 뿐일까요.

배 회장이 중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당분간 사무국 노조, 비대위와 갈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그 사이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공연의 내홍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더 깊어질 듯 합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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