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이후 홍콩...베이징의 입김 앞에 촛불은 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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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2:00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중국이 국제사회 비판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홍콩사회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의 금융가 스카이라인이 일몰을 맞아 윤곽선이 흐려지는 모습. AP 뉴시스

  결국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통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직접적인 칼을 뽑아들었다. 중국은 5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결의한 데 이어 6월 30일 이 법을 제정ㆍ통과시켜 당일 밤 11시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1990년 4월 제정한 홍콩의 헌법격인 ‘홍콩기본법’에 따라 자체적으로 법을 제정하길 바랐지만 홍콩이 이미 만연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어 안전과 질서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직접 법을 제정한다는 주장을 달았다. 1997년, 약 150여년의 영국의 식민 역사를 청산하고 주권이 중국에 귀속된 지 23년 만에, 홍콩의 기존 생활 방식과 제도가 향후 50년간 유지될 것이라는 한 국가 두 체제, 즉 일국양제(一國兩制)와 홍콩인에 의한 홍콩통치(港人治港)를 기반으로 하는 고도의 자치는 결국 홍콩 주민들과 국제 사회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공수표가 될 운명을 맞고 있다.

5월 28일 중국 베이징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홍콩 국가보안법 초안에 투표하고 있다. 법안은 찬성 2,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AFP 연합뉴스?


27년 앞당긴 '일국양제' 종식선언

 중국은 홍콩에서 불순세력과 폭력분자를 몰아내는 이 법이 홍콩의 진정한 일국양제 실현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일국양제가 아닌 '일국일제', 즉 홍콩의 중국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기점으로 이해한다. 일국양제는 이제 끝났다는 뜻이다.

 중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홍콩에 대한 전면적 관할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며 두 개의 제도보다는 하나의 국가, 즉 중화인민공화국이 우선이라는 선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보안법은 국가분열이나 국가정권 전복 활동과 행위, 테러리즘과 외국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등을 4대 범죄로 규정하고 최소 3년,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으며, 66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법률의 최종해석권도 중화인민공화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있다. 문제는 중국 중앙정부가 고무줄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단 불법적 폭력세력이나 외국과의 결탁 세력을 감시하고 색출하기 위한 중앙 사찰기구인 ‘국가안전유지공서’를 8일 발족시켰고 시행세칙을 제정했지만, 세칙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임의적 적용의 공간을 남겨 놓아야하기 때문이다. 또 ‘중앙정부에 대한 혐오 조장’을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매우 심각한’ 사건에 대해서는 중앙이 기소권을 가질 수 있으며 재판 지역도 지정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의 재판도 가능하며, 일부 재판은 비공개로 치러지고, 외국에 거주하는 비영주권자에게도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다. 향후 홍콩 소재 비정부기구 등에 대한 사찰 강화는 불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4대 범죄의 현장 ‘행위’는 그렇다 치더라도 ‘활동’, 즉 반정부 단체에 소속된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고 인신 구속은 물론 소급적용까지 가능한 가히 무소불위의 법이라 할 수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7일 홍콩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은 엄격하지 않고 관대한 법"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분열된 시민사회…저항 동력 약해

 홍콩 시민사회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자마자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데모시스토 당'과 '홍콩민족전선', '학생동원' 등 단체는 전격해체를 선언했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우산혁명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黃之鋒)은 당을 탈당했고, 민주인사의 절반이 홍콩을 떠났다. 여기에 시민사회의 분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개인 계좌로 받았던 후원금 반환 요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사실 홍콩 사회의 군체는 다양하다. 1949년 중국 공산화 이후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 또는 기아와 문화대혁명의 혼란을 피해, 또 개혁개방 시기나 97년 주권 귀속이후 본토의 중국인들은 도합 250만명 이상이 홍콩으로 이주했다. 시민사회를 주도하는 '범민주파'도 있지만, 일국양제 아래서 제도개선을 추구하자는 '친중 제도건설파'도 있다. 본토의 중국인들은 자신들보다 더 많은 자유와 번영을 누리면서도 중국에 저항하는 홍콩인들의 특권과 선민의식을 질책한다. 새로운 저항 동력 확보가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주권 반환 23주년 기념 행진에서 보안법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홍콩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의 중국화’ 시도에 대한 홍콩사회의 반발은 여러 차례 표출된 바 있다. 2003년 보안법 입법 시도 및 2012년 중국식 국민교육 의무화 시도에 대한 저항, 2014년 직접선거 시행 요구, 작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한 대대적 저항 등을 통해 결집된 힘을 표출해 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베이징의 입김은 거세졌고 시장경제도 중국에서 유입된 거대 자금이 홍콩의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는 '관상(官商)통치'로 변질돼 많은 홍콩인은 경제적 약자가 되었다. 전 중국의 관문이었던 홍콩의 특수지위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광둥성의 관문으로 축소됐고, 작년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다완취(大灣區·Big Bay Area) 계획을 구성하는 10여개 도시의 하나로 전락해 중국의 수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고 말았다. 홍콩의 미래지위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홍콩의 특수지위를 계속 허용할 리 없다. 2018년 전인대에서 홍콩을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에 이어 5번째 직할시로 계획했다는 설도 있다. 중국 정부는 선전이나 상하이를 홍콩의 대체지로 계획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하이난 경제자유무역구 설치도 발표했다. 

중 '홍콩 포기 불사' 미 경고도 엄포로 봐

 홍콩의 장래와 관련해 더욱 큰 문제는 홍콩 문제가 미중 갈등의 핵심 고리로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중앙정부와의 관계 설정도 힘든 상황에서 홍콩은 미국이 민주 자유 인권 개방으로 상징되는 미국식 가치를 중국에 설파하는 ‘정치적 인정(identity politics)'을 가늠하는 가치관 외교의 최전선에 놓이게 되었다. 미국은 5월 20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경제는 약탈경제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와 양립할 수 없는 매우 위험한 ‘확장성 정권’임을 부각시켰다. 물론 중국도 물러나지 않는다. 중국은 대중 유입 외자의 60%, 중국 대외투자의 70%를 담당하는 1조달러의 금융 시장이며 아시아 최대의 자유무역항인 홍콩 포기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다. 그러나 이면으론 트럼프 대통령의 ‘홍콩특별법’철폐 언급이 재선 전략 차원의 엄포로 인식한다. 여전히 중국 시장을 중시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 여기에는 또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탈중국화를 시도하는 대만 정권에 대한 분명한 경고도 들어 있다. 

  여전히 많은 국가가 중국을 의식해 홍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상황은 중국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의 내정 간섭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방사회는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조야는 물론이고 의회까지 나서서 상하원 만장일치로 ‘홍콩민주인권법’을 통과시켰고, ‘홍콩 난민법’이나 ‘홍콩 자치법’까지 제정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대중 압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영국은 약 300만명에 달하는 영국해외시민(BNO)권을 갖고 있는 홍콩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한 이민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호주와 뉴질랜드도 홍콩인들의 이주를 환영한다는 발표를 했다. 대만은 홍콩인들의 대만 이주 시 편의 제공을 위한 대만·홍콩교류서비스사무소까지 설치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응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없는 홍콩' 가능성 회의적

홍콩보안법 시행 여파로 홍콩 탈출로 불리는 '핵시트(HK-exit)'를 고민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은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있는 쪽이다. 여전히 많은 홍콩인은 중국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들은 배후에 중국 시장이 없는, 또 중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홍콩의 존재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는 홍콩 시민 사회가 와해 조짐을 보이자 의용군 행진곡을 국가로 규정하는 국가법을 제정했고, 중국 공민화 교육을 실시할 것임을 천명하는 등 공세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일국양제가 외세의 개입으로 문란해졌다는 주장에 앞서 일단은 기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같은 중국인들인 홍콩인들에게 한 약속임을 잊어선 안 된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사회와의 진솔한 소통이 필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ㆍ국제지역연구센터장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대만국립정치대학에서 현대 중국 정치경제학(석박사)을 전공했다. 동북아 국제지역학 전문가로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한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G2 시대(공저)' 등이 있다.

송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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