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 수업만 들으면 비자 취소”… 5만 韓유학생 비상

입력
2020.07.07 07:43
수정
2020.07.07 20:22
1면

경제적 타격 우려한 대학들 반발
취업비자 중단 이어 美에 부메랑 우려?
?“트럼프, 코로나 속 개학 압박” 해석도

지난달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교정에 학생들이 둘러앉아 있다. 케임브리지=EPA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 교정에 학생들이 둘러앉아 있다. 케임브리지=EPA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올 가을 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하는 학교를 다니는 외국인 학생의 비자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버드ㆍ프린스턴 등 주요 대학들이 잇따라 온라인 수업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다. 당장 막대한 수입원을 잃을 처지가 된 대학들은 반발하고 있다. 5만명이 넘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일(현지시간) "가을 학기에 온라인으로만 수업하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은 미국을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학생비자(F-1)와 직업교육비자(M-1)로 입국해 온라인 수업만 듣는 경우 해당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계획이다. 합법적 체류 지위를 유지하려면 대면 수업을 하는 학교로 옮기라는 권고도 했다.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하자 일부 대학들은 가을 학기 온라인 수업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23개 분교는 전체 온라인 수업 계획을 밝혔고, 하버드대는 1학년 중심으로 전체 학생의 40% 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하면서도 대부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프린스턴대도 1ㆍ2학년만 기숙사 복귀를 허용하되 가능한 온라인 수업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을 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유학생들은 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당혹해하고 있다. 당장 미국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학생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장벽이 높아진 입ㆍ출국부터가 난제다. 설령 무사히 귀국하더라도 본국과 미국 간 시차로 온라인 수업 참여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싱크탱크인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3월 현재  F-1ㆍM-1비자에 해당하는 외국인 학생은 전국 8,700여개 학교에 120만명 정도다. 한국 출신 유학생(5만2,250명)은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많다. 다만 국내 유학업체들은 100% 온라인 수업을 하는 학교 수가 많지 않고 주로 소규모 대학들이라 한국 유학생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수입원을 잃게 된 대학들의 반발도 거세다. 1,800여개 대학을 대표하는 미국 교육위원회의 브래드 판스워스 부위원장은 CNN방송에서 "이번 지침은 더 많은 혼란과 불확실성을 야기해 결국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잃게 될 것이란 얘기다. AFP통신에 따르면 2018년 외국인 학생의 미국 경제 기여 규모는 447억달러(약 53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결국 미국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우수한 해외 인력의 유입이 어려워질 것이란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에 정보기술(IT) 고급인력들이 주로 받는 H1-B 취업비자 발급을 연말까지 중단하자 구글ㆍ애플 등 주요 IT기업들이 강력 반발했던 맥락과 같다. 미국 63개 주요 연구대학을 대표하는 미국대학연합 측은 "코로나19 관련 주요 연구만 해도 많은 유학생들이 일하고 있다"면서 "연구실이 문을 닫으면 그들도 미국을 떠나야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정책을 되돌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NBC방송은 이번 조치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합법적 이민과 비자를 제한하려는 일련의 정책과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는 가을 학기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트윗을 통해 이번 조치가 경제 재개 강행의 연장선에 있음도 분명히 했다. 온라인 수업을 막아낼 수단으로 비자 제도를 끌어들였음을 실토한 셈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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