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저승사자’ 박지원… 본인 청문회도 ‘정치9단’으로 넘을까

입력
2020.07.05 19: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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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 ‘청문회 저격수’로 활약
정치9단 네트워크ㆍ정보력 과시
'여당 의원 불패’ 신화에 기대감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신임 국정원장에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을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신임 국정원장에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을 내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청문회 저승사자’가 국회 인사청문을 받는 후보자석에 앉는다. 박지원 신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얘기다.

박 후보자는 야당 의원 시절 '인사청문회 저격수'로 불렸다. 이명박 정부 때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등이 낙마하는 과정에서 박 후보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청문회 정국마다 날카로운 정보력으로 국무위원 후보자의 도덕성을 허물었다.    

그런 박 후보자가 이번엔 인사청문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그를 잔뜩 벼르고 있다. 공수 교대의 진풍경이다.  

박 후보자에게 ‘청문회 저승사자’의 별명을 안긴 건 2009년 7월 열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다. 야당인 통합민주당 소속이었던 박 후보자는 △사업가와의 동반 해외 골프여행 △부인의 해외 사치품 쇼핑 △아들의 초호화 결혼식 △위장 전입 등 대형 의혹을 제기해 천 후보자와 이명박 정부를 흔들었다. 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ㆍ관세청 등의 내부 정보를 입수해 천 후보자에 치명상을 안겼다. 천 후보자 후임으로 지명된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법무부가 박 후보자에게 “살살 좀 해달라”는 읍소 전화를 하기도 했다. 

2010년 8월 거짓 해명으로 하차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골프 회동 논란도 박 후보자가 입수한 제보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박 후보자는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3일 “애국심을 갖고 충성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공식 활동을 중단한 채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1999~2000년)을 지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법 도입 이전이라 인사청문회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6월 인사청문제도 도입 이후 국회의원 출신 고위 공직자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사례는 없다. 의원들끼리는 검증 예봉을 무디게 하는 관행 때문이다. 통합당이 그런 관행을 이어갈지가 박 후보자의 운명을 상당 부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해 3월 공개한 정기재산변동신고 내역에 따르면, 박 전 의원의 재산은 약 15억 5,000만원이다.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11억원) 한 채, 본인 소유 예금, 한 유명 호텔 헬스클럽의 회원권(1,000만원) 등을 신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0년 6ㆍ15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었던 박 후보자는 노무현정부에서 불법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받았다. 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받았으나, 대기업 자금 1억원 수수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받았다. 2007년 특별사면돼 형 집행을 면제받았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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