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손실 메우느라 전기요금 오를라" 전력기금 활용 논란

입력
2020.07.03 16:5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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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조기 폐쇄·건설 백지화 따른 한수원 손실
정부, 전기료에서 뗀 전력기금으로 보전 절차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보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 왼쪽부터 차례로 1~4호기다. 한수원 제공

'탈원전'으로 인한 손실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해 보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본부 전경. 왼쪽부터 차례로 1~4호기다. 한수원 제공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입게 될 손실을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활용해 일부 보전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에서 3.7%씩 떼어 조성하는 만큼 탈원전 비용을 사실상 국민에 전가한다는 비판과 함께 향후 전기요금이 올라 서민 부담이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전력기금의 취지에 맞게 집행되는 것이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고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 에너지 정책의 이행과 관련해 산업부 장관이 인정하는 전기사업자(한수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력기금을 사용해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추가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한수원은 2018년 6월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진 월성 1호기의 안전성 강화 등 설비 개선에 투자한 5,925억원, 백지화된 신규 원전 4기에 들어간 937억원(천지 1ㆍ2호기 904억원, 대진 1ㆍ2호기 33억원)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되는 '준조세' 성격의 전력기금을 탈원전 비용 보상에 쓰는 건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력기금의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4조300억원이다. 이 기금은 신재생에너지 지원, 전력수요 관리, 도서ㆍ벽지 주민 등에 대한 전력 공급, 전력산업 연구개발, 발전소 지역 주변 사업 등에 쓰인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는데 사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기금 용도를 바꿔 지출한다는 것이 법적 절차에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전력기금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손실 보상 비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은 "시행령 개정은 탈원전 영수증을 국민에 부담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력기금을 탈원전 정책 비용으로 사용할 게 아니라 부담요율을 낮춰 어려운 산업계와 중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산업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 '전력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전력기금 조성  취지와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3년 전 국무회의에서 공개된 로드맵에 근거한 정책인 만큼 뒤늦게 논란이 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뼈대로 하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며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관련해 지출된 비용은 기금 등 여유 재원을 활용해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발의됐지만 여야 이견으로 입법 논의가 지연돼 자동 폐기된 터라 산업부가 시행령 개정부터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특히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산업부는 "전력기급의 지출 한도 안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등 추가적 국민 부담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입법예고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내달 11일까지 의견 청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구체적인 비용 보전 범위와 절차 등 세부 내용에 대한 고시를 제정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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