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의 탐욕 때문에'... 100여명 묘지로 변한 미얀마 옥 광산

입력
2020.07.02 16:50
수정
2020.07.02 17:16

2일 폭우로 최소 100명 이상 흙더미에 묻혀
미얀마 군부 자금줄이라 대책 마련 손 놓아

미얀마 카친주 옥 광산에서 2일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카친(미얀마)=AFP연합뉴스?

미얀마 카친주 옥 광산에서 2일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카친(미얀마)=AFP연합뉴스?


미얀마 북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옥 광산에서 일하던 100여명이 숨졌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참사지만 미얀마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2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미얀마 카친주 흐파칸트 지역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옥 광산에서 일하던 인부 100여명이 흙더미에 묻혔다. 구조대원들이 흙에 쓸려간 시신들을 계속 발굴하고 있어 질식사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옥은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고급 제품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품질이 좋다. 특히 중국인들이 미얀마 옥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조사 결과를 보면 미얀마의 옥 무역 규모는 약 310억달러로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한다. 현재 허가된 옥 광산만 2만여 곳이다.

수익성 탓에 불법 채굴업자들은 폐광이나 허가가 나지 않은 광산에서 당장 먹고 살기 힘든 빈자들을 고용해 중국이 탐내는 옥을 캐고 있다. 아울러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이주자들은 가파른 경사면에서 중장비가 대량으로 옥을 채굴한 뒤 버린 폐기물과 돌덩이 속에서 조그만 옥 조각이라도 발견하려고 위험을 무릅쓴다. "굶주림보다 죽음이 낫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사고가 발생해도 정확한 사상자 수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미얀마의 옥 광산 산사태 사고는 거의 매년 발생한다. 2015년 11월엔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옥 광산 산사태로 숨진 사람이 약 500명이다. 국제 사회와 환경단체 등이 옥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의 검은 자금 줄이라 진전이 없는 상태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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