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미 미중 갈등 한복판에… 최악 충돌 막는 역할해야”

입력
2020.07.03 04:30
8면

국제안보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석좌 교수. 하버드대 제공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석좌 교수. 하버드대 제공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무력 충돌의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미중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경고해온 저명한 국제안보 석학인 그레이엄 앨리슨(80)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말 2차 한국전쟁 발발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앨리슨 교수는 1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중 간 '투키디데스 함정'의 한가운데에 있다"면서 "충돌의 도화선은 제3국 동맹에서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남북 대화ㆍ협력을 주문했다. 

2017년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앨리슨 교수는 인류 역사상 16번의 기존 패권국과 신흥국 간 경쟁ㆍ갈등 가운데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됐음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했고,  미중 양국에 이를 경고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홍콩 문제는 더 큰 차원의 '투키디데스 함정'의 징후"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이 미중 간 심각한 갈등을 낳고 있다. 이 문제가 향후 미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중국은 홍콩이 더 자율적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야기한 혼란을 이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홍콩 자치권의 사망선고'라고 부른 것처럼 미국은 베이징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고 많은 의원들은 더 크게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더 큰 차원에서 벌어지는 '투키디데스 함정'의 징후다. 신흥국인 중국은 모든 측면에서 최고 서열이란 위치에 익숙한 패권국 미국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 그렇기에 중국은 홍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다. 미국은 홍콩이 중국의 일부분이며 중국의 조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반박하지 못한다. 홍콩 문제는 미중 경쟁에서 벌어지는 작은 막간극이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에 착수했는데. 

"지정학적 게임 판에서 보면 홍콩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지위를 제거하든 하지 않든 신흥국 중국과 패권국 미국 간 패권 경쟁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의 조치에 대해 상징적인 반대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실제 행동을 취한다면 베이징보다는 홍콩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실질적인 홍콩 제재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고 본다."

"재선 의식해 中을 '악마화'... 대선 후에도 부정적 영향"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의식해 중국에 강경한 레토릭을 구사한다는 시각이 많다. 대선 이후 미중관계가 어떻게 될까.

"중국은 현 지구상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전쟁(미국 대선을 의미)에서 주요 이슈다. 선거 정치의 격언 중에 '국가안보 이슈에서 경쟁자를 자신의 오른편에 두지 말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모두 상대방은 중국 공산주의에 유약한 반면 자신은 거칠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을 '악마화'하는 데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생존과 미국에 대한 그의 비전을 보장받기 위해 재선에 전력하고 있고,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은 미국 민주주의의 생존이라고 여기는 걸 위해 싸우고 있다.  불행하게도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선거운동 기간 가열된 중국에 대한 레토릭은 미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본능을 감안하면 그래도 트럼프 정부보다는 새로운 전략적 근거를 개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중 경쟁을 어떻게 전망하나.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우리는 이미 미중관계 악화가 아태 지역의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있다. 이 지역의 미국 파트너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와 미국과의 안보관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지 말라고 요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이 지역 핵심국가들의 팔을 비틀려고 시도해왔다.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은 믿기지 않고 실제 일어난다면 미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쟁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내가 '예정된 전쟁'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사태가 악화할 것을 예상해야' 한다. 미국은 점점 더 부상하는 중국을 악마화하고 있고, 중국은 '차이나 드림'을 보장받기 위해 반발하고 있다. 미중은 지난 500년 동안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 중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된 것을 절실히 인식해야 한다.

더구나 이 경쟁관계에서 전쟁의 주요 위험 요인은 패권국이나 신흥국이 원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의도치 않은 효과를 낳는 조치, 또는 제 3국의 도발, 또는 하찮은 일에 불과한 어떤 사건 등이 종종 악순환을 야기함에 따라 양국 모두가 파국임을 알면서도 결국 그 곳으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관계가 아무리 적대적이더라도 동시에 자살을 감행하지 않는 한 어느 쪽도 상대를 죽이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경쟁국 간 협력은 전략적으로 불가피하다.  이번 팬데믹이 그런 예를 보여준다. 우리가 냉전에서 배웠듯이, 차이가 있더라도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지지치 않고 국민들에게 말했듯이 핵전쟁이 발발하면 누구도 이길 수 없기에 전쟁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북미 정상회담 기여한 文대통령의 상상력에 박수"

-미중 갈등이 가열되면서 한국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2차 한국전 발발 가능성까지 경고했는데.

"한국은 미중 간 투키디데스 함정의 한가운데에 있다. 미중 충돌의 도화선은 미국이나 중국 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제3국 동맹에서 나올 수 있는데, 북한이 2010년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때 그런 시나리오에 가까이 갔다가 벼랑 끝에서야 겨우 물러섰다. 하지만 현재는 새로운 촉진제와 환경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전쟁을 피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미중 긴장이 고조될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한국전이 70주년을 맞았는데 두 번째 전쟁이 일어난다면 참상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적 첫 발을 내딛는 것을 고무한 문재인 대통령의 상상력과 한국 정부의 역할에 박수 갈채를 보냈다. 올해 나는 한국전 70주년을 맞아 전쟁을 피하고 남북에  서로 혜택을 주는 길을 계속 찾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칭찬하고 싶다. 우리가 미래를 내다볼 때 문 대통령과 같은 상상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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