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 이아람 김준수, 한국 음악계 드림팀 ‘삼합’이 떴다

입력
2020.07.02 14:16
수정
2020.07.03 16:17
19면
구독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개막 공연 4일 온라인 생중계

국립극장 음악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개막 공연을 맡은 ‘삼합’ 팀. 대금 연주자 겸 음악 프로듀서 이아람(왼쪽부터), 영화 ‘기생충’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작곡가 정재일, 국립창극단 간판 소리꾼 김준수가 우리 시대 가장 힙한 전통음악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음악 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개막 공연을 맡은 ‘삼합’ 팀. 대금 연주자 겸 음악 프로듀서 이아람(왼쪽부터), 영화 ‘기생충’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작곡가 정재일, 국립창극단 간판 소리꾼 김준수가 우리 시대 가장 힙한 전통음악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제공

한국 음악계 ‘드림팀’이 탄생했다. 영화 ‘기생충’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작곡가 정재일(38), 대금 연주자 겸 음악 프로듀서 이아람(39), ‘국악 아이돌’로 불리는 국립창극단 간판 소리꾼 김준수(29).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우리소리를 대표하는 세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공연계에선 ‘이 조합 실화냐’는 감탄사가 돌아다닌다. 팀의 이름은 ‘삼합’. 알싸할까, 배지근할까, 시큼할까, 아니면 그 전부 다일까. 

최근 서울 삼성동 연습실에서 마주한 정재일, 이아람, 김준수는 “우리도 우리가 어떤 맛을 낼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판을 벌린 건 이아람이다. 지난해 자신의 결혼식 때 정재일과 김준수에게 축가를 부탁했다. “정재일과 소리꾼 한승석이 함께 낸 음반에 실려 있는 ‘그대를 생각하다 웃습니다’란 곡을 무척 좋아해요. 그 노래를 결혼식에서 김준수의 소리와 정재일의 피아노 연주로 듣고 있는데, 내가 저기에 끼어 있었으면 좋겠다, 왜 여태 셋이 함께할 생각을 못 했을까, 결혼하다 말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웃음).”

2018년 국립극장 음악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대금 연주자 이아람이 ‘애프터 산조’라는 곡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2018년 국립극장 음악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에서 대금 연주자 이아람이 ‘애프터 산조’라는 곡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2016년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중 한 장면. 소리꾼 김준수(왼쪽)와 작곡가 정재일이 배우와 음악감독으로 호흡을 맞췄다. 국립극장 제공?

2016년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중 한 장면. 소리꾼 김준수(왼쪽)와 작곡가 정재일이 배우와 음악감독으로 호흡을 맞췄다. 국립극장 제공?

세 사람간 인연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정재일과 이아람은 서로를 지음(知音)이라 부른다. 영화 ‘바람’, KBS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 극단 학전의 연극 ‘공장의 불빛’ 등 여러 작품의 배경음악을 함께 만들었다. 2018년 4ㆍ27 남북정상회담 기념 공연 ‘하나의 봄’에서도 피아노와 대금으로 협연했다. 정재일과 김준수는 2016년 국립창극단 작품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음악감독과 배우로 만났고, 이아람과 김준수도 여러 무대를 함께 했다. 

때마침 이아람은 국립극장 음악축제 ‘여우락(樂)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이었다. 바로 두 사람을 불렀다. 그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새로운 음악과 창작 무대에 대한 열망”(김준수) 그리고 “맨 바닥에서 해도 무언가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정재일)을 가지고 뭉쳤다. 

2018년 4ㆍ27 남북정상회담 기념 공연 ‘하나의 봄’에선 정재일과 이아람이 협연했다. 고영권 기자

2018년 4ㆍ27 남북정상회담 기념 공연 ‘하나의 봄’에선 정재일과 이아람이 협연했다. 고영권 기자

삼합이 여우락에서 선보일 음악은 다양하다. 이아람의 대금과 정재일의 기타가 어우러진 ‘리멤버런스’, 김준수의 소리 ‘자룡, 활 쏘다’ 등 옛 곡은 새롭게 다듬었고, 진도씻김굿 명인 박병천을 오마주한 ‘넋풀이’로 코로나19 시대를 위로한다. ‘강상에 둥둥 떴난 배’ ‘거울 속의 거울’ ‘더질더질’은 새롭게 내놓는 곡이다. 

합은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클래식, 대중음악, 전자음악 등을 모두 뒤섞어 국악을 우리 시대 가장 힙한 음악으로 재탄생시킨다. 정재일은 “여러 가지 소리의 에너지가 산재해 있으면서 그 자체가 곧 하나의 에너지로 느껴지는, 그런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극장 음악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맡은 삼합. 올해 하반기에 시범 공연을 올리고 내년엔 정식 공연과 음원 발매도 계획 중이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음악축제 여우락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맡은 삼합. 올해 하반기에 시범 공연을 올리고 내년엔 정식 공연과 음원 발매도 계획 중이다. 국립극장 제공

그런 삼합이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건 김준수의 소리다. 음식 삼합에 빗대 “정재일이 묵은지, 이아람이 수육이라면, 삭힌 홍어는 바로 김준수”라더니, 아예 “실력, 태도, 인성, 세 가지를 갖췄으니 김준수 자체가 곧  삼합”이라고도 했다. 막내라고 괜히 놀리는 게 아니다. “판소리는 한 예술가의 인생이 담긴, 국악의 정수”(이아람)이며 그중에서도 “김준수의 성음이 매우 탁월하다”(정재일)는 얘기였다. 김준수는 “소릿길은 여전히 까마득하게 멀다”며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여우락 공연이 대폭 축소됐다. 원래 3, 4일 이틀간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4일 오후 4시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됐다. 그렇다 해도 삼합의 기세가 꺾일 것 같지는 않다. 세 사람의 공동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세 사람이 완전체로 함께 서는?‘삼합’의 첫 번째 무대는 4일 오후 4시 온라인으로 생중계 된다. 국립극장 제공?

세 사람이 완전체로 함께 서는?‘삼합’의 첫 번째 무대는 4일 오후 4시 온라인으로 생중계 된다. 국립극장 제공?

이들의 호흡은 작업을 거듭할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재일씨는 전통음악가를 엄청 존중해요. 국악의 생명력은 즉흥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서 협업할 때 일부러 악보도 적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니 전통음악가들이 얼마나 즐거워하겠어요.”(이아람) “맞아요. 전통음악계가 아직은 보수적인 분위기인데 두 분과 함께 하면서 음악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배웠어요. 다시 생각해도 이렇게 모인 게 꿈만 같아요.”(김준수) “전통음악은 연주자와 성악가의 음악이지, 작곡가의 음악은 아니에요. 평생 뼈를 깎는 학습이 동반되죠. 두 분은 그런 측면을 다 갖춘 흔치 않은 음악가예요.”(정재일)

삼합은 “꾸준하고 성실하게 노동자 같은 태도”(정재일)로 음악을 만들고,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질문하면서”(이아람), “긴 호흡으로 오래 함께 즐기는 것”(김준수)을 목표로 삼았다. 김준수는 판소리 수궁가 완창 녹음, 이아람은 민속악 독주회, 정재일은 영화 음악 작업 등 저마다 굵직한 개인 일정도 있지만, 삼합으로 설 무대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착실히 준비를 해서 내년엔 공연도 하고 정식 음원도 내놓을게요!”

김표향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