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아닌 4번째 타자로 5년 만에 번트 댄 김태균

입력
2020.07.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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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 뉴스1

한화 김태균. 뉴스1

한화 간판타자 김태균(38)은 자존심을 생각하기보다 팀 승리를 먼저 바라봤다. 4번 타자라면 타점 기회에서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당연하지만 자신의 감이 좋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고 희생 번트라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상대 팀 수비도,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도 예상 못한 번트였다.

4번 타자가 아닌 4번째 타자라는 자세로 자신을 희생해 주자를 한 베이스씩 보낸 김태균은 미소를 지었고, 팀 승리를 위한 베테랑의 헌신에 최원호 감독대행은 그에게 다가가 주먹을 맞댔다.

김태균은 1일 광주 KIA전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년 만에 번트를 댔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4회초 무사 1ㆍ2루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임기영의 초구에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타구는 투수와 1루수 사이로 향하면서 주자 두 명이 안전하게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앞선 1회 1사 1ㆍ2루 첫 타석에서 임기영과 11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병살타로 물러난 아쉬움 때문인지 김태균은 4회에 다른 선택을 했다.

김태균의 번트는 벤치 사인이 아닌 본인 판단이었다. 최 감독대행이 깜짝 번트에 더그아웃에서 미소를 지은 이유다. 김태균이 보내기 번트를 기록한 건 2015년 8월27일 창원 NC전 이후 5년 만이다. 개인 통산으로는 7번째다.

후속 타자들은 김태균이 연결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사 2ㆍ3루에서 5번 최인호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1 균형을 맞췄고, 계속된 2사 3루에서 송광민이 1타점 역전 적시타를 쳤다. 

김태균의 번트는 역전을 마련하는 발판이 됐지만 승리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한화는 3-1로 리드한 9회말 김진영과 박상원이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져 3-4 뼈아픈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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