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건보료 인상까지? ...재계 "정부가 지원 의무부터 이행해야"

입력
2020.07.02 09:00
수정
2020.07.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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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 정부지원금 10여년간 24조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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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커진 상황인데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기업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고 우려하며 정부가 법정 지원 의무부터 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동안 건강보험에 미지급된 누적 정부지원금은 24조원이 넘는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중심으로 2021년 건강보험료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만큼은 건강보험료를 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근로자 본인이 총액의 절반을, 회사가 나머지 절반을 부담하게 돼 있다. 건강보험료가 오르면 근로자는 물론 회사 역시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실제 올 1~4월 직장과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징수율은 대부분 100%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 치료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계속 감당하고 있어 당분간 지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확대하려면 재정을 확충해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이에 건강보험 재정을 근로자나 기업에 의존하기보다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은 크게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정부지원금(일반회계, 건강증진기금), 기타수입(이자)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정부지원금은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의미한다. 감염병 유행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이 지출될 때를 대비하기 위해 나랏돈으로 건강보험료를 일정 수준 분담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 법에 따르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이 정부지원금으로 충당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건강보험 총 수입 중 보험료가 차지한 비중은 86.3%, 정부지원금은 11.4%, 기타수입은 2.3%였다. 정부지원금 비중이 20%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올해도 정부지원금 예산액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로 책정돼 있다. 경총 관계자는 “국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보험료를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며 “국민 부담을 늘리기보다 보장성이나 의료 용량 등을 면밀히 평가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정부지원금 비중 기준을 보험료 수입의 20%로 했을 때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 동안 지급되지 않은 누적 금액이 총 24조7,314억원에 달한다. 건보공단 측은 “현행 규정이 정부지원금 지급 비중을 모호하게 규정한 측면이 있어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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