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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방산업체에 보안 앱 강요... '도로 기무사' 뒷걸음치는 안보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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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해편’(解編ㆍ근본적 재편)이라는 생소한 용어까지 쓰며 개혁을 주장한 뒤 탄생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지사ㆍ옛 국군기무사령부)가 '도로 기무사' 후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간 업체들을 상대로 보안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잡음이 흘러나오면서다.
30일 복수의 정부 및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지사는 최근 대형 방위사업체들을 상대로 휴대폰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권고했다. 이 프로그램은 군사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사업장 내 사진 촬영 및 녹음을 못 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췄다. 방산기술보호지침과 방산보안업무훈령을 근거로 한 안지사 권고에 대다수 업체들은 직원들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 업체 관계자는 “기술 유출과 관련해선 사기업이 국가기관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기술 유출을 막겠다는 이유로 민간기업 직원들의 개인 사생활을 군 기관에서 들여다보고 관리하려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속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산업체들이 안지사의 앱 설치 요구에 따르는 이유는 과거 기무사 시절부터 이어졌던 그들의 위력 때문이다. 매년 10월 국가정보원과 함께 안지사가 민간 방산업체를 상대로 보안감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감사에서 지적을 받게 되면 무기체계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안지사의 보안감사 평가 결과는 입찰 때 100점 만점에 0.2점이 배정된다. 치열한 입찰 경쟁은 0.001점 격차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작은 점수가 아니다.
방산업체 보안팀에 퇴역하는 기무 출신이 자리를 잡는 관행도 문제다. 한 방산업체 직원은 “방산업체 보안팀장으로 기무 출신들이 채용되곤 하는데 그들이 보안 업무에 특화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무 출신들을 보안 담당자들로 꾸린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최근 68만여건의 기밀 유출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지난달 경북 울진 동해안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해상사격훈련과 관련해 보도가 나간 뒤 북한이 대외선전매체 등을 통해 반발하자 안지사는 다수의 방산업체들을 대상으로 보안감사를 실시했다. 해당 훈련에 동원되는 첨단 무기 제조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훈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언론에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군사기밀 사항도 아니고 매년 실시하는 훈련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로 보안감사를 실시하는 걸 보니 다시 기무사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지사의 이런 행태는 기무 개혁 실패 방증이라는 얘기가 많다. 문 대통령 지시가 나왔던 2018년 당시만 해도 동향 관찰 업무를 폐지하는 등 부적절한 임무를 줄이고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권고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임무는 그대로 둔 채 인원만 줄인 후유증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안지사 최고위 간부들이 다시 인원 늘리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기무 개혁이 당초 방향과 달리 인원만 줄인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며 “조직논리상 살아남은 안지사가 다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꼬집었다. 안지사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안 지원을 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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