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사회 진출 통로 더 많아졌으면…”

입력
2020.06.24 17:21
수정
2020.06.25 00:36
구독

예술가 육성 프로젝트 ‘희망나래전’
작품 접목한 아트상품도 전시?판매

“발달장애인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24일 제주 제주시 중앙로 나라키움 제주복합관사에 위치한 제주시장애인지역사회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배주현(24)씨의 아버지 배인호(60)씨는 아들이 생애 처음으로 가진 첫 전시회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면 모두가 갖고 있을 공통적인 희망사항이다. 센터에서는 지난 22일부터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가 지난 1년간 진행한 발달장애인 예술가 육성 프로젝트 희망나래 커뮤니티 아트센터의 작품 전시회 ‘희망나래전(展)’이다. 


배인호씨 부자가 24일 '희망나래전'이 열리는 제주시장애인지역사회통합돌봄지원센터에 전시된 주현씨 작품 앞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다. 김영헌 기자.

배인호씨 부자가 24일 '희망나래전'이 열리는 제주시장애인지역사회통합돌봄지원센터에 전시된 주현씨 작품 앞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다. 김영헌 기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현씨는 10여개의 그림을 완성했다. 말을 비롯해 벚꽃, 해녀, 풍차 등을 주제로 그린 그의 그림은 주현씨가 발달장애인이란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일반 작가의 작품으로 느꼈을 정도였다. 전시회장에는 그의 작품들이 프린팅된 머그컵과 에코백, 파우치 등도 전시됐다. 이들 생활용품은 관람객들이 구입할 수 있는 판매용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발달장애인들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작품을 활용한 생활용품을 제작해 판매하고 수익금은 원작자에게 다시 배분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배인호씨는 “아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머그컵과 에코백, 파우치 등을 구입해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면서 아들 자랑을 했다”며 “그동안 가족 구성원 중에 장애인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부담스러운 시선들이 많았지만, 주현이가 사회구성원으로 한 몫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 제주시 중앙로 나라키움 제주복합관사에 위치한 제주시장애인지역사회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는 진행된 발달장애인 작품 전시회 ‘희망나래전(展)’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헌 기자.

지난 22일 오전 제주 제주시 중앙로 나라키움 제주복합관사에 위치한 제주시장애인지역사회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는 진행된 발달장애인 작품 전시회 ‘희망나래전(展)’에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김영헌 기자.



주현씨는 어릴 적 미술치료를 받으며 그림을 처음 접했다. 치료를 담당하는 교사들이 재능이 있다고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워보라는 권유도 있었고,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 등에 출품해 은상을 받는 등 실력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직업으로 전문 작가로 활동하기에는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이 뒤따라 주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의 작품을 판매할 통로도 없었고, 관심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취미활동으로만 그림을 그려왔다. 

배인호씨는 “발달장애인들은 능력이 있어도 직업을 갖기에는 벽이 너무 높고, 기회도 많지 않다”며 “희망나래처럼 발달장애인들이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나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전문적인 사회복지서비스와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난해 제주도개발공사가 진행한 ‘제주삼다수 Happy+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추진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주현씨 외에도 성인 발달장애인 23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1년간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그림과 도예작품들과 이를 접목해 개발한 20종의 아트상품들이 이번 전시회에서 공개됐다. 아트상품들은 이들이 그린 그림을 머그컵, 가방, 지갑, 노트, 에코백, 앞치마, 슬리퍼 등에 프린팅한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들이다. 


발달장애인 예술가 육성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그린 협동화. 김영헌 기자.

발달장애인 예술가 육성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그린 협동화. 김영헌 기자.



최영열 희망나래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발달장애인들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들이 만든 작품을 활용한 생활용품의 판매 수익금을 다시 그들에게 배분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앞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이번에 제작된 생활용품들을 온라인 판매하는 것은 물론 상설 전시판매장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