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10번을 봤는데…" 인천공항 취준생의 하소연

입력
2020.06.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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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는 왜 나오고, 공부는 왜 하냐" 취준생들 '허탈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보안요원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보안요원의 정규직화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예고한 가운데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공기업 취업 준비 커뮤니티에는 연일 불만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23일에 올라온 한 취준생의 하소연 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취준생 A씨는 "인천공항을 위해 토익 10번을 봤고, 토익스피킹 8번을 봤다. 매일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전공 공부도 했다"며 자신의 토익 응시 이력을 공개했다. 지난해 1월부터 토익을 매달 응시한 한 그는 총점 700점에서 시작해 4개월 만에 980점을 받았다.

A씨는 "매일 괴로워서 울었다. 합격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래도 참았다"며 "근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바보가 됐다. 이게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살기 싫어졌다"고 분노를 토했다. 이어 "처음으로 아빠 앞에서 울었다. 마음이 산산조각 났다"고 덧붙였다.

이 글에는 "다른 취준생들이 열심히해서 성취한 걸 보면서 나도 (목표) 달성하자고 매일 책상 앞에서 돈만 축내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진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하****), "토익, 한국사, 토익 스피킹, 전공 등 놀고 싶은 거 다 참고 (공부)하는데"(별****) 등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한 누리꾼(균****)은 인천공항에 합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전형 과정을 언급하며 "이렇게 준비해야 합격 시켜주는 인천공항이다. 아르바이트로 왔다가 정규직 전환 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교는 왜 나오고 공부는 왜 하고 왜 노력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규직 전환에 반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취준생도 등장했다. 취준생 B씨는 24일 여러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이번 사태를 공론화하기 위해 부러진 연필 이미지를 SNS에 공유해달라고 호소했다. 

B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사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비정규직 인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취준생들에게도 간다"며 "이번 사태는 분명히 역차별이다. 뜻을 모아 이번 일에 대해 강경한 뜻을 표현해야 한다"고 동참을 요구했다.

3년 전 인천공항 면접에서 탈락한 이후 다른 공기업에 취업했다는 누리꾼(bo****)은 "경쟁없이 들어온 분들이 취준생 선호 1위 기업에 들어간다니 너무 허탈하고 절망스럽다"며 "아무리 이것도 정의라고 스스로를 설득 해봐도 이해가 안 된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서울교통공사 등 이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다른 공기업 사례도 다시 언급되고 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 청원은 하루 만에 15만명을 넘어섰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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