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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도 아동학대…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구상권 청구해야”

입력
2020.06.22 18:30
수정
2020.06.22 18:45
23면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양육비 미지급도 아동학대…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구상권 청구해야”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저작권 한국일보].양육비해결모임,강민서 대표. 배우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양육비해결모임,강민서 대표. 배우한 기자


1억9,301만원. 비영리 시민단체 ‘양육비 해결 모임(양해모)’ 강민서(47) 대표가 전 남편 A씨로부터 받아야 할 양육비다. 22년간 27번의 소송을 거친 결과다. 강 대표는 1999년 12월 남편과 이혼했다.  법원은 양육비 월 30만원과 위자료 2,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전 남편 A씨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연 25%의 이자가 붙으면서 양육비는 2억원에 가까운 거액으로 불어났지만 강 대표가 받은 양육비는 270만원이 전부다.

힘겨운 시간을 거쳐온  그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게 있다.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는 점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양해모는 ‘배드 페어런츠(Bad Parentsㆍ나쁜 부모들)’ 사이트에 양육비 의무가 있는 이들의 인적사항, 지급액, 사연 등을 올리고 있다.

강 대표는 ‘실전 경험’이 풍부해 양육비 소송과 관련해 전문가 수준이다. "혼자 힘든 싸움을 헤쳐 나가다 보니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겠다"고 한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본의 아니게' 해결사를 자처하게 됐다.

하지만 그도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과 딴판인 현실을 지켜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는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재산ㆍ소득을 타인 명의로 돌리고, 양육비 이행 등을 따돌리려고 위장전입을 하거나 잠적해 버리기 일쑤"라고  하소연한다.

강 대표는 “잘못된 현실을 타파하려면 형사 처벌밖에 없다”는 생각에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지난 15일부터 시작한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규정하자”는 법 개정을 위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활동이 그 시작이다. 아동복지법 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기본적인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는 “”법 조문에 ‘양육비 미지급’ 단 여섯 글자만 추가하면 되는 일”이라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최근 천안과 창녕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만이 아동 학대가 아닙니다.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가 생계와 양육 전체를 책임지면 부모 두 명이 있는 가정처럼 정서적 교감과 교육 등을 꼼꼼히 신경쓸 수 없습니다.” 그는 “양육은 공동 책임이지 않냐"면서  "그래서 비양육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내달  15일까지 10만명 이상 동의하면 국회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위에 안건으로 상정된다.

강 대표는 양육비 지급 이행 강화도 촉구했다.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 청구와 이행확보 지원 등을 위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신설됐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최선으로 생각하는 대안은 국가의 대지급제(代支給制)다. 국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양육자들이 소송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면 좋겠다"며 "한부모여도 자녀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지 않냐”고 반문했다. 

 


배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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