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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ZOOM] 덕수궁 수문장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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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북소리에 맞춰 ‘착착착~’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시작됐다. 수문군과 교대군의 다채로운 전통복장, 절도 있는 동작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조선시대로의 시간여행에 빠져든다.
“초엄!” 하급 관리인 참하의 외침을 따라 수문군이 복창하자 교대의식 시작을 알리는 나각과 나발 소리가 여섯 번 울린다. 뒤 이어 큰북 소리가 여섯 번 나면 수문군이 궁성 문 열쇠가 든 약시함을 교대군에게 인계한다. ‘초ㆍ중ㆍ삼엄’ 세 단계 중 두 번째 단계인“중엄!” 복창이 이어지고, 세 차례 북이 울린다. 수문장이 신분을 확인하는 위장패를 꺼내 임금의 군대임을 확인하자 수문군이 마지막 절차를 알리는 “삼엄!”을 복창한다. 서로 마주 보며 얼굴을 확인하는 ‘면간’을 끝으로 교대 의식이 마무리되면 수문군은 궁으로 복귀하고 교대군은 궁성문 수위를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의식 규모가 대폭 축소된 지난 2월 1일 이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이루어지던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의 모습이다. 현재 교대의식 대신 최소 인원의 근무 교대만 이뤄지고 있다. 경복궁 수문장 교대의식의 경우는 지난달 20일 재개됐다가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중지됐다.
영국에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이 있다면 대한민국엔 왕궁수문장 교대식이 있다. 특히, 덕수궁은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피난 갔던 선조가 돌아와 행궁으로 삼았고 을미사변 때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 즉위 조서를 반포한 역사적 현장이라 의미가 크다. 보통 수문장과 수문군 등 역할을 맡은 연기자와 취타대, 안전요원 등 70여 명의 스태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의식이 제대로 재현된다.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출연진을 만난 건 지난 10일 아침. 아직 관람시간 전이라 대한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바로 옆 쪽문을 통해 들어가 중화문 앞에서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연기자들은 등사기, 청룡기, 백호기, 주작기, 현무기 등 오방(동서남북과 중앙을 뜻함) 깃발을 먼저 바닥에 펼쳐 놓았다. 이어 장군과 승정원 관리, 수문군, 취타대의 전통 복장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 창과 칼, 활, 화살집과 같은 전통 병장기와 나각(소라로 만든 악기), 나발, 용고(작은북), 징 등 악기를 늘어놓았다.
이제 문제는 드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드론을 띄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덕수궁의 경우 청와대가 인접해 있어 비행이 금지된 데다 드론 기체에 입력된 GPS 값에 의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군, 대통령경호처, 중국에 있는 드론 제작 업체 본사까지 연락을 취해야만 비로소 드론 촬영이 가능하다. 드론이 날자 왕궁수문장을 비롯한 출연진이 각각의 위치에 자리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에서 수문군 역할을 맡고 있는 정영근(48)씨는 이날 “수문장 교대의식을 몰입해 관람하는 관광객들을 보면 마음이 왠지 뿌듯하다”며 “진짜 외교도 중요하지만 우리 전통문화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수문장이 또 다른 ‘민간 외교관’이 될 수 있구나 싶어 어깨가 무거워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연자 전용기(36)씨는 “‘수문장은 아르바이트’라는 오해가 많은데, 저희 4대 보험 다 적용되는 정규직입니다(웃음). 더 나아가 수문장을 평생 자부심을 가지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기록을 바탕으로 1996년 재현을 시작한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은 대한문 앞에서 하루 3차례 열린다. 그와 더불어 ‘전통의상 입어보기’ ‘수문장과 함께 하는 포토타임’ 등 관광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의 호응을 얻어 왔다. 수문장 출연진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수문장 교대의식을 재개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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