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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독] ‘北 연락사무소 폭파’ 사흘 전 알고도 못 막았다

입력
2020.06.1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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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3일 이후 北 메시지 받아… “폭약 설치 후 靑에 직접 통보” 전언도

김여정 “문재인 철면피” 靑 “무례 몰상식” 직격… 김연철 통일 사의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뒤인 17일 경기 파주 접경지에서 개성공단의 모습이 관측됐다. 폭파된 남북연락사무소는 까맣게 전소돼 기둥만 남았고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는 외벽이 무너져 내리고 유리가 파손됐다. 파주=배우한 기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뒤인 17일 경기 파주 접경지에서 개성공단의 모습이 관측됐다. 폭파된 남북연락사무소는 까맣게 전소돼 기둥만 남았고 15층 높이의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는 외벽이 무너져 내리고 유리가 파손됐다. 파주=배우한 기자

정부가 ‘남북 소통의 상징’인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는 북한의 직ㆍ간접 메시지를 사흘 전부터 받았으나 폭파를 막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정책 라인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락사무소가 무너진 지 하루 만인 17일 남북은 ‘말 폭탄’만 주고 받았다.

이날 정부와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오후 9시 19분 “머지 않아 쓸모 없는 남북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볼 것”이라는 담화를 낸 뒤 같은 내용을 남측에 직접 전달했다.

또 같은 날 밤부터 개성 연락사무소 일대에서 폭약 운반 차량을 이동시키고, 용접 작업 등으로 불꽃이 튀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은 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서 TOD(열상감시장비) 등으로 24시간 주시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특이 동향은 곧바로 확인된다. 또 14일쯤부터 북한이 최전방 지역 일부 부대에서 전투모 대신 철모를 착용하거나 총에 착검을 하는 등 완전 무장한 모습도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고 한다. 김 제1부부장의 행동 의지를 사실상 일부러 노출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를 청와대에 직접 통보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연락사무소에 폭약을 설치한 이후 메시지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9일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을 모두 끊었기 때문에 국가정보원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북한이 행동 계획을 명확히 알린 13일 이후 정부 대응은 다급해진 모습을 보였다. 14일 통일부와 국방부는 각각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 대북특사 파견 방침을 북측에 전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대북 메시지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부는 북측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대북특사 파견에 북한이 불만을 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7일 남북은 이틀째 말 폭탄을 주고 받았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처음으로 문 대통령 직접 비난 담화를 냈다. 문 대통령의 15일 대북메시지를 “철면피한 궤변”이라고 혹평하고, “항상 정의로운 척하는데 역겹다”며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즉각 맞대응 브리핑을 열고 “김 제1부부장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직격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개성공단ㆍ금강산 관광지구 군대 재배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재설치 △서남해상전선 등 포병 근무 강화 △대남 삐라 살포 등의 계획도 공표했다.

2018년 이후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전격 사임했다. 취임 1년 2개월 만이다. 그는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현재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 사의 수용 여부를 금명간 결정할 것이라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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