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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폭파’ 징후 알고도… 靑, 文대통령 호소 통할 것이라 상황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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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서도 “文대통령 6ㆍ15담화 듣고 北 폭파 예감” 내용 미흡 지적
뒤늦은 ‘특사 카드’ 골든타임 놓쳐… 남북 경색 돌파할 마땅한 카드 없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17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까지 쏟아내자 청와대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이어지던 2017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한탄 등 허탈감이 가득한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13일 이후 연락사무소 폭파 징후를 포착하고서도 북한의 질주를 막지 못한 ‘대북전략 실패’ 책임론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6ㆍ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었던 15일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독자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간의 언급에서 한발 더 나간 측면이 있다. 앞서 만들어 뒀던 공동선언 20주년 영상 축사도 재촬영하며 공을 들였다.
청와대가 주말 사이 긴박하게 움직인 것은 북측으로부터 13일 이후 직ㆍ간접적으로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는 메시지를 청와대가 전달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대북소식통의 한결 같은 전언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15일 메시지를 승부수로 삼은 듯하다.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이탈주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대남 비난의 포문을 연 이후 열흘 가까이 청와대가 북한을 향한 메시지를 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온 배경도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힘을 싣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로 국면 전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같은 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보내겠단 제안을 북한에 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문 대통령의 남북 독자적 협력 메시지는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한 선명한 대답을 원했던 북한의 의도와는 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한 소식통은 “문 대통령 발언을 듣는 순간 북한이 사무소 폭파를 실행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청와대의 한반도 정세 인식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골든 타임을 놓친 측면도 있다. 북한은 청와대에 연락사무소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폭파를 위한 실제 준비 상황을 사실상 노출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는 15일에서야 특사 파견 카드를 꺼냈다. 특사 자체도 미국 입장에 가까워 북한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사였다. 결국 북한은 16일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17일 잇단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청와대가 강경 대응으로 방침을 바꾸면서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은 불가피해졌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한 카드도 마땅찮다. 대북특사는 북한의 ‘공개 거절’로 재사용이 어려운 카드가 됐고,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6ㆍ25 전쟁 당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이 민감해 하는 ‘반공 포로 석방’ 카드를 활용했던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과감한 승부수를 택할 경우 정부가 져야 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어떠한 선택도 정권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딜레마 상황에 놓인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가정해서 하지는 않지만 현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파악을 하고 판단하겠다”며 “없는 길도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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