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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서울 불바다설 다시 떠오르게 한다” 위협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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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at] 1994년 첫 ‘서울 불바다’ 언급에 사재기 현상까지
2010년 이후 자주 언급… 문재인 정부로선 두 번째 “서울 불바다” 위협
“입 건사를 잘못하면 이제 잊혀 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
‘서울 불바다’ 위협이 26년 만에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다음 날인 17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위협하며 “남측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해놓고 북침 전쟁연습을 포함해 온갖 적대행위를 공공연히 감행해 지금껏 체계적으로 위반하고 파기해왔다”고 비난했지요.
문재인 정부로서는 두 번째 서울 불바다 위협이지만, 북한의 불바다 위협은 2010년 이후 자주 등장했습니다. 사재기 현상까지 발생했던 처음과 달리 일반 시민들에겐 위협의 강도가 조금 무뎌졌는지도 몰라요. 북한의 서울 불바다설은 언제부터 얼마나 자주 있었을까요.
◇사재기 현상부터 주적 개념까지 만든 첫 불바다
시작은 매우 위협적이었습니다. 1994년 제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북한 측 박영수 단장의 발언이었는데요. 박 단장은 당시 우리 측 대표단의 말을 가로막으며 “대화에는 대화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불은 불로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며 “여기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될 것이다”라는 막말을 쏟아냈지요.
당시 회담장에서는 언성이 높아지고 북측 대표는 반말까지 섞어가며 공격적 태도를 보였다고 하고요. 회담장 밖의 북측 기자들도 남측 기자들도 향해 “전쟁을 하겠다면 우리도 그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남측 기자들도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가 없으면 미국 여권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북측의 ‘서울 불바다’ 위협이 알려진 뒤 이를 계기로 안보 불안이 고조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이듬해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처음 명기했고요. 시민들은 라면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현상도 벌어졌습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16년 만에 소환된 불바다
1994년 서울 불바다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의 위협이 재개된 건 2010년 6월 12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의 ‘중대 포고’를 통해서입니다. 당시 포고에서 북측은 “우리의 군사적 타격은 비례적 원칙에 따른 일대일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지요.
16년만에 불바다설이 다시 언급된 배경에는 천안함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군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대북 조치의 일환으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위한 대형 확성기를 설치했는데요. 이를 두고 북한이 서울 불바다설을 운운하며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거죠.
이후 서울 불바다설은 잊을 새도 없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듬해 키리졸브 한-미 연합 훈련을 앞둔 2월 27일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는 “대결책동을 산산이 부숴버리는 서울 불바다전 같은 무자비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는데요. 이 발언 직전 북한에 생활필수품과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어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1주기때도 “청와대 불바다론”을 내세웠지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1비서였던 시절인 2012년 8월 29일 대남비난 발언에서도 서울 불바다론은 다시 언급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휘관들이 당장에라도 명령만 내리면 제일 먼저 서울부터 잿더미로 만들며 나아가서 원수의 아성을 모조리 불바다에 처넣음으로써 쌓이고 쌓인 천추의 한을 기어이 풀고야 말 결의를 다지었다”고 전했는데요. 당시 김 제1비서가 동부 전선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격한 발언이었다고 해요.
◇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시간이 지나면서 불바다 위협은 대한민국 서울을 넘어 미국 워싱턴까지 향합니다. 2013년 3월 6일 북한은 노동신문 1면을 통해 “정밀 핵 타격 수단으로 서울만이 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엄포했지요.
북한의 ‘워싱턴 불바다’ 위협은 유엔 대북제재와 키리졸브 및 독수리 정례 연습을 겨냥한 것이었는데요.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3주기 하루 앞두고도 불바다 위협을 했습니다. 북측은 “3년 전에는 연평도에 국한됐지만, 남측이 도발한다면 청와대를 비롯한 남측의 모든 본거지가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일단 무모한 도발이 재발한다면 연평도 불바다가 청와대 불바다로, 통일 대전의 불바다로 이어질 될 거란 걸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폭언했지요.
2016년에도 한미 연합 훈련에 불만을 가진 북한은 서울과 워싱턴 불바다설을 입에 올렸습니다. 2월 25일과 27일에 걸쳐 북한은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든다”라거나 “청와대와 백악관을 잿가루로 만들겠다”며 맹비난을 퍼부었죠.
◇문재인 정부 첫 불바다 위협 3년 만에…
문재인 정부 이후 북한의 첫 불바다 위협이 불거진 건 2017년 8월입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폭격기 비공개 훈련을 한 뒤였는데요. 당시 북한은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서울을 포함한 1·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고 전면적인 타격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경고도 한몫했지요.
이듬해 4ㆍ27 판문점 선언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의 불바다 운운은 수그러들었는데요. 최근 북한이 불바다설을 다시 언급하면서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자 청와대도 “무례한 어조로 폄훼하는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고 맞받아치면서 남북 사이의 냉랭한 공기가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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