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돌변한 김여정… 2년전 사진 속에선 남측과 ‘화기애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강경 도발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로 시작한 김 부부장의 도발적 행보는 지난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감행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후 북한 군부가 추가 도발 의지를 드러내는 등 북한 정권의 2인자로 등극한 김 부부장의 대남 적대 정책이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험악한 표현을 써가며 남한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는 김 부부장도 한때는 문 대통령과 가장 친숙한 북측 인사 중 하나였다. 판문점에서 3차례, 평양에서 한차례 문 대통령과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보다도 문 대통령과의 만남 횟수가 더 많다. 2년 전 사진 속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을 향해 그가 짓고 있는 밝고 상냥한 표정은 최근의 언행과 괴리감이 크다.
문 대통령과 김 부부장의 첫 만남은 2018년 2월 9일 이루어졌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측 특사단을 이끌고 방남한 김 부부장은 청와대에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며 “문 대통령이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돼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라”라며 평양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이틀간의 방남 기간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축하공연 등 총 4차례나 문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문 대통령과 친근감을 더한 김 부부장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공개한 사진 중엔 김 부부장이 문 대통령 내외에게 술을 따르는 사진이 있었는데, 남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상징하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그 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과 9월 18일 평양에서 잇따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김 부부장은 의전을 진두지휘하며 행사를 원활하게 이끌었다. 특히, 평양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과 함께 순안공항에 나온 김 부부장은 인민군 사열을 위해 단상에 오른 두 정상의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 사열대로 뛰어 올라가는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일행의 평양 내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김 부부장의 모습은 문 대통령 내외는 물론 방북 인사들과 이를 방송으로 지켜본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도 채 되지 않아 김 부부장의 태도는 돌변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실질적 2인자로 등극한 김 부부장은 이달 들어 대남 정책을 총괄하면서 거친 담화를 쏟아냈고, 급기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17일 문 대통령의 6ㆍ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연설을 언급하며 “철면피한 궤변”이라거나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는 식으로 혹평했다.
김 부부장은 불과 2년여 전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 밝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면서 국민 사이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최근 이어진 그의 도발적 언행은 더욱 당황스럽고 충격적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북한의 노림수가 통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