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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감찰ㆍ고객정보 유출’ 보도의 진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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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쓴 이유가 무엇이냐.”
최근 한국일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금융감독원 감찰과 하나은행의 금융실명법 위반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당사자는 물론, 금융권, 정부 관계자들은 제일 먼저 이렇게 물었다.
보도의 내용보다 ‘누구에게 얘기를 들었고, 한국일보가 왜 이 기사를 썼는지’가 궁금하다는 의미다. 특히 “요새 한국일보가 청와대나 하나은행과 사이가 안 좋은거냐”는 다수 질문은 기자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본보 보도로 금감원이 이득을 본다고 보거나, 본보가 각 기관들과 사이가 틀어져 ‘의도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보도의 ‘진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비판 대상은 대형 금융사와 민정수석실이다. 시중은행을 주축으로 한 금융지주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로 다수 고객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그 과정에서 금융실명법을 어기며 책임을 면해볼 목적으로 DLF 피해 고객의 거래정보를 로펌에 넘겼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금융권 투서를 바탕으로 금감원을 4개월 동안 이례적으로 감찰했다. 수장인 윤석헌 원장의 개인비위뿐 아니라, DLF 사태 관련 검사나 제재 과정도 상세히 들여다 봤지만 별 문제가 없었다. 결국 기본적인 민정의 직무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금감원의 검사 속도만 문제 삼아 최근 ‘월권 논란’에 휩싸여 있다.
보도 배경을 물은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대형 금융지주와 민정수석실의 행위가 정당했는지 말이다. 애써 모은 종잣돈을 금융사에 맡겨 손해를 본 것도 억울한데, 자신들의 거래정보를 법을 어겨가며 외부에 유출한 행위는 당사자인 고객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공분을 살만하다.
그런 대형 금융사를 제재했던 금감원을 이례적으로 감찰한 민정의 행위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게 보도의 진짜 배경이다. 두 당사 기관 모두 입을 굳게 닫고 있기에 명확한 진실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밝혀져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는 옛말이 있다. 이번 한국일보 보도에 대한 금융ㆍ정치권 다수의 반응은 ‘달을 가리켰더니, 손을 왜 들었냐’고 묻는 꼴이다.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할 의지가 없다는 걸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이쯤이면 달부터 제대로 바라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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