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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입력
2020.06.16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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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Before Corona), AC(After Corona)란 단어가 유행이다. 코로나19는 여러모로 세상을 크게 바꿔 놓을 것이고, 긍정적인 변화도 존재할 것이다. 필자는 그중 ‘혁신’의 대중화를 기대한다. 세상이 뒤집히면서 보다 많은 사람이 세상을 혁신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한국은 원래 혁신이 일상화된 나라였다. 전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혁신의 결과가 모여 사회ㆍ경제적 부가 축적됐고, 한국 경제는 생존에 성공했다. 문제는 성공 이후다. 과거 혁신을 주도했던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현재의 자리에 어렵게 올라섰다. 배고픔과 가난한 시절을 딛고 치열하게 지금의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거부감만 남았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이제 좀 누릴 만하게 됐는데 또다시 도전을 하라니, 무슨 의미가 있나“는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와 ‘시스템화’라는 벽을 쳐놓고 새로운 세대의 혁신 요구를 거부하고 방해한다. 이 거대한 장벽 앞에선 새로운 세대의 어떤 시도도 비효율적이 돼 버린다. 당장 성공하기 어려운 일에 고비용을 쓸 수 없다는 논리다. 과거 혁신의 결과인 지금의 시스템이 현재의 혁신을 막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그러면서 경제는 갈수록 역동성을 잃고, 기성세대도 늘 혁신을 외치지만 알고 보면 그 혁신은 현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가 생존하려면 진정한 혁신을 해야 한다. 실패를 감수하고 틀을 바꾸려는 시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는 ‘디캠프’는 은행권이 모여 젊은 창업가를 돕는 조직이다. 젊은 창업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혁신의 답을 찾고 있다. 이 창업가들은 기존 세상에 만족하지 않은 채, 개인 비전 실현과 사회의 변혁을 위해 늘 실패에 맞서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한 미국에선 벤처 투자의 80%가 원금 회수에 실패한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20%는 성공하고 있고, 그 20%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 성공의 밑거름엔 80%의 실패가 있다. 80%의 실패가 두려워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하는 사회는 20%가 이끄는 혁신을 포기하는 것이며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디캠프는 80% 확률의 실패를 넘어 20%의 성공을 추구하는 창업자들을 위해, 서울 마포에 새로운 지원 센터 ‘프론트원’을 곧 개소한다. 대학 및 금융계와 힘을 합쳐 스타트업들의 힘찬 여정을 열렬히 응원할 계획이다. 혁신이 문화가 되려면 우리 사회 자체가 80%의 실패와 시도를 포용하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디캠프, 그리고 프론트원은 우리 사회에 혁신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장려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반드시 ‘국가적인 성과(Return-on-Country, ROC)’를 내는 창업가들을 길러내 진정한 혁신을 이뤄낼 것이다.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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