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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사람을 지키는 게 뉴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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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전반 대공황 위기에서 미국을 구하고 이후 미국의 세기를 만든 초석이 뉴딜이라는 건 대부분 동의한다. 이후 경제적 부흥이 온 것은 뉴딜의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라 대공황 이후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얻은 요행수 덕분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적어도 대공황이 가져온 사회적 분열, 갈등, 폭동의 어두운 기운을 걷어내고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맺자고 추진한 게 뉴딜의 본질이고 이것이 국가체제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이었다는 점에서 뉴딜의 의미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새로운 사회 계약으로 미국이 택한 것은 독과점적 시장을 개혁하고 자본의 전횡 앞에 궁핍해진 노동을 보호하는 제도개혁이었다. 반독점과 노사 대등 교섭 질서를 만들고 사회보장법 제정을 통해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강화한 것이 새로운 계약의 핵심이었다.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한 이런 조치들은 결국 시장경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민주적 질서를 강화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절대안정 의석을 국민에게서 얻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답을 찾다 보니 대다수가 코로나바이러스 경제 위기로부터 벗어나는데 집권당이 전폭적 책임을 지고 임해달라는 국민적 염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긴급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이어 한국판 뉴딜을 통해 현재의 위기극복에서 미래 기회 창조로 연결되는 계기를 만든다고 한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이미 디지털 뉴딜이라고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 정책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그러나 디지털 뉴딜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이미 과거의 경제 위기 극복책으로 IT 산업을 키워 왔지만 해당 산업에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플랫폼 일자리가 상당하다.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나 스마트화는 노동력 절감이 특징이기도 하다. 즉 단기적인 고용 위기를 넘기는데 필요한 일자리 창출은 가능할지 몰라도 일년 이후에도 시장경제에 융화되거나 시장을 보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을 얘기하고 곤궁한 처지에서도 기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새로운 약속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비대면 산업의 확산은 결국 자본주의 혁신 과정에서 인간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높기에 과거 대공황 시기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메시지는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고 쓸모가 있는 가치를 부여할 것인지 그런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자본, 기술, 보건상의 위협과 위세에 눌려 사람들은 더욱 위축되어 있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뉴딜은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서 무엇인가를 해볼 기술적 관점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두라는 인간 안보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것을 휴먼 뉴딜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선 위기와 위협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미국이 대공황 상황에서 사회보장법을 만든 것처럼 우리도 보편적이고 촘촘한 사회보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취업자의 절반만 가입된 고용보험은 나머지 절반을 사각지대라고 단정하고 지원책만 밀고 나갈게 아니고 소득, 임금, 세금을 연계한 종합적 사회보장제도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선진국들보다 고용률이 한참이나 낮은 상태에서 소득의 근본인 일자리를 포기하고 기본소득제로 옮겨갈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적극적 고용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제안을 하자면 기업에 주는 고용지원금 외에 청년들에게 새로운 직업교육훈련 기간을 보편적으로 부여하는 수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일자리가 없다면 이후 제대로 된 일자리에 대비하는 축적의 시간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시대의 인력 개발을 기업이나 개인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자 민주적 시민권으로 천명하는 사회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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