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 때 빛난 지자체의 힘

입력
2020.06.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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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 대한민국의 방역 시스템이 ‘K방역’으로 세계 각국에서 칭송을 받고 있다. 미래학자 짐 데이토 미국 하와이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국이 미래의 길을 찾아 세계에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국이 코로나 방역의 선진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정부와 질병관리본부, 의료진의 헌신적 노력, 재난 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과 방역 수칙을 준수한 국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지방정부의 선제적 조치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지원금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의 선제적 재난기본소득 지급이었으며 세계적 모범 사례로 꼽힌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고양시에서 시작됐다. 안양시는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울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위기를 넘겼다. 관내에 위치한 안양교도소와 연계해 재소자들이 만든 면 마스크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문제는 당시엔 면 마스크만으로 시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당시 ‘착한 마스크 기업’으로 알려진 에버그린에 연락해 정전기 필터를 원가에 공급받았다. 단순한 면 마스크가 보건용 마스크로 재탄생할 수 있었고 안양교도소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해소될 때까지 총 4만3,280장의 마스크를 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안양시는 지역 내 2차 감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 모텔 한 개소를 통째로 임차해 시설격리자를 입소시켰다. 또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역 호텔과 협약을 맺어 자가격리자의 가족을 위한 안심 숙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안양시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위해 시민이 직접 동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로당 등으로 공무원들이 직접 찾아가 카드를 지급하기도 했다.

5년전 메르스 유행 때 중앙정부가 정보차단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했지만 사태 악화를 막았던 것도 지자체들의 선방이 있었던 덕분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지침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 정책들을 제안ㆍ실시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다른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는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리더 국가가 되기 위해서도 앞으로 더 강화돼야 될 부분이다. 이와 같은 안양시의 노력들은 ‘안양시 코로나19 백서’를 통해 발행될 예정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한국은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이를 이겨 낸 경험이 있다. 당시 국민의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였고 이는 한국을 지식정보화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했다. 국민의정부가 시대를 앞서 보고 정보화혁명의 비전과 틀을 제시했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을 선도할 기회다. 더욱 강화된 지방분권을 토대로 자유롭고 다양한 정책 실험을 전개하면서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을 육성해야 한다. IT강국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리더 국가를 목표로 정진할 때다.

최대호 안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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