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 “15개국 300개 친환경 기업들, 소비자가 즐거운 사업 하더라” LGS 임관섭 대표

입력
2020.06.09 09:35
19면
구독

[41회]임 대표 “친환경 활동 하면 보상줘…사업은 소비자를 즐겁게 해야한다”

리더스 오브 그린 소사이어티(LGS)라는 특이한 이름의 신생(스타트업) 기업이 만드는 ‘띱’(DDIB)이라는 상표의 가방에는 표면에 독특한 기능을 지닌 QR코드가 붙어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방에 붙은 QR코드를 찍으면 인터넷 사이트가 열린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 인증 사이트다.

이 곳에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비닐봉투가 아닌 가방을 사용한 사진과 영수증을 찍어서 올리면 추첨을 통해 치킨이나 편의점, 약국 상품권 등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친환경 활동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서비스다. 임관섭(29) LGS 대표는 띱 가방을 이용해 친환경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띠버’라고 부른다. “띠버들은 매주 25만~30만원 상당의 상품을 가져갑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임관섭 LGS 대표가 친환경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QR 코드가 붙어있는 '띱'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임관섭 LGS 대표가 친환경 운동에 기여할 수 있는 QR 코드가 붙어있는 '띱'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2년간 15개국 돌며 300개 기업 만나

임 대표가 친환경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버지와 등산을 다닌 것이 계기였다. “아버지는 연중 300일을 산에 다니세요. 저도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자연이 좋다는 것을 배웠어요. 스무살 겨울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포항 호미곶에서 바다를 본 적이 있는데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느꼈어요. 그렇게 자연을 즐기게 됐죠. 그때 친환경 사업을 결심했어요.”

일찌감치 친환경 사업가로 마음을 굳힌 임 대표는 대학 전공까지 바꿨다. “다니던 건축학과를 그만두고 고려대 경영학과에 편입했어요.” 전공을 바꾼 이유는 기업 활동이 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엔이나 각국 정부의 정책보다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이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친환경을 고려한 기업 경영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하지만 임 대표는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처럼 활동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친환경을 위해 무조건 참거나 줄이고 억제하는 것에 반대해요. 친환경 활동은 즐거워야 합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즐겁다는 메시지를 친환경 활동을 통해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미래기업가들의 모임(FES)이라는 학과 내 학회에서 활동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학회에 여러 스타트업 대표와 벤처투자 전문가들이 있어요. 그 분들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어요.”

임 대표는 스타트업 경험을 쌓기 위해 3학년을 마친 2016년 말 건강식 전문 스타트업 닥터키친에 입사했다. “실무를 알고 싶어 입사했어요. 그곳에서 6개월 근무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 있나 찾아봤죠. 그런데 국내에서는 수익 창출하며 환경에 기여하는 기업이 별로 없었어요.”

임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에서 돈 잘 벌며 환경에 기여하는 기업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인터넷을 뒤져 관련 기업 목록을 만들었다. 이후 그는 2년간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체코, 폴란드, 중국, 미국 등 15개국을 돌며 300여 친환경 기업을 만났다. “유럽은 환경오염 문제를 심각하게 겪어서 이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아요. 오스트리아의 바이크시티즌스, 영국의 TRJFP, 미국 인파서블 푸드, 국내의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을 방문했어요. 이들을 만나 성장 전략과 고민이 무엇인지 들어봤죠.”

◆소비자를 즐겁게 만드는 해외 친환경 기업들

임 대표는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았다. 바로 소비자들을 즐겁게 만드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이크시티즌스다. “바이크시티즌스는 유럽 도시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길안내 소프트웨어(내비게이션 앱)를 개발했어요. 가장 최단 거리를 보여주고 오르막이 없는 길이나 밤에 가로등을 많이 켜는 길 등을 알려줘요. 이 앱을 이용하면 자전거 타는 일이 즐거워져요. 덕분에 환경에 기여하는 자전거 이용자가 많이 늘었죠.”

그의 이런 행보는 현지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독일 언론에서 인터뷰를 해서 보도가 됐죠. 대학생 혼자서 2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친환경 기업을 조사하는 것이 신기했나 봐요.”

시장 조사에 필요한 여행 경비는 보고서를 만들어 팔아 충당했다. “제가 조사한 자료를 인터넷 언론사에 기사로 써주는 조건으로 일부 비용을 받았어요. 저는 그 언론사의 통신원 자격으로 외국 기업들을 만났구요. 또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해외 기업들을 만난 영상을 만들어 올려 광고 수익도 거뒀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LGS에서 개발한 '띱' 가방은 QR 코드가 디자인처럼 붙어 있다.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LGS에서 개발한 '띱' 가방은 QR 코드가 디자인처럼 붙어 있다.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QR코드 찍으면 상품 주는 친환경 가방 브랜드 ‘띱’

조사를 마치고 지난해 초 입국한 임 대표는 두 가지에 주목했다. 모든 분야에 친환경 사업 아이템이 숨어 있다는 것과 우리나라가 유독 비닐봉투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2017년 미세 플라스틱 파동이 터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간 비닐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호흡기나 식도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혈관을 타고 돌며 이상 증세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1회용 비닐봉투의 경우 175만개의 미세 플라스틱 성분으로 구성된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7월 직원 5명의 스타트업을 만들고 사람들의 비닐봉투 사용을 줄일 수 있는 패션 가방 사업을 시작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패션 사업에 친환경 행위를 할 때마다 보상을 해주는 해외 사업 모델을 접목했어요.” 리더스 오브 그린 소사이어티라는 사명은 친환경을 위한 리더들이 모인 회사라는 뜻으로 지었다.

여기서 만드는 가방 브랜드인 띱은 밀레니얼 세대의 표현으로 나눔 행위를 뜻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띱한다’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써요. 친환경 운동을 통해 회사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정신하고도 잘 맞아서 브랜드 명으로 채택했어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영문명칭도 DDIB로 정했죠.”

띱 브랜드 가방은 지난해 말 첫 제품이 나온 이래 지금까지 16종이 출시됐다. 모두 친환경 보상을 받을 수 있는 QR코드가 장식처럼 붙어 있다. “QR코드가 띱 브랜드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임 대표는 친환경 요소를 도입해 가방을 제작했다. 되도록 캔버스나 한지 등 비가죽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가죽 제품의 경우 재생가죽이나 인조가죽을 사용한다. 인조가죽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크롬 등 화학물질 대신 물에 녹는 식물성 소재 탄닌으로 무두질한 가죽을 채택했다. 가방 제작은 내부에서 디자인 한 뒤 소상공인과 협력해 함께 만든다.

가방 가격은 3만9,000~6만원대이다. 많은 사람에게 판매하기 위해 비싸지 않은 가격을 택했다. “앞으로도 고가 정책은 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비용이 많이 들어서 고민입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임관섭 LGS 대표가 친환경 사업 브랜드인 ‘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업은 소비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며 “띱 브랜드의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손쉽게 친환경 운동을 하며 보상을 받는 즐거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임관섭 LGS 대표가 친환경 사업 브랜드인 ‘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사업은 소비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며 “띱 브랜드의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손쉽게 친환경 운동을 하며 보상을 받는 즐거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과연 띱 가방은 환경 운동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지금까지 가방을 구입한 300여명의 소비자들이 올린 사진을 분석해 보니 1회용 봉투 1,400개를 줄인 효과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과 오프라인 판매 등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월 말에 베트남 수출을 논의 중이었는데 베트남 바이어들이 한국에 올 수 없게 돼 무산됐어요. 제품을 알리기 위한 오프라인 행사들도 못하고 있죠.”

그래도 임 대표는 다양한 제품 출시를 위해 신제품 개발을 계속할 예정이다. “다음달에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텀블러를 내놓을 예정입니다. 겨울까지 제품 종류를 계속 늘려야죠.”

또 편의점들과 협업해 바코드 리더기로 친환경 인증을 할 수 있는 방안도 개발 중이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편의점들과 협업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대기업들도 환경에 기여할 수 있게 돼 서로 좋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