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견제를 거부하는 정치

입력
2020.06.05 18:00

반쪽 국회 개원과 반민주 논란

거대 여당의 완력 과시 아닌가

‘독주는 독배’ 충고 새겨들어야

21대 국회가 개원한 5일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의사 진행 발언을 마친 후 의장선출을 보이콧하며 퇴장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푸념이 어느 정권에서든 나오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권력이 야당 탓을 하는 것이다. 타협의 정신으로 일을 해보자 해서 여야가 의기투합한 게 18대 국회 마지막 날 통과시킨 국회선진화법이지만 이후 동물국회가 식물국회로 변했다는 말이 나왔다. 쟁점 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재적 의원 5분의 3 찬성 하에 이루어지도록 한 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난 것일까. 지난 4월 총선에서 국회선진화법이라는 허들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는 177석의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민주당은 놀라운 선거결과에 고무됐는지 요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듯 하다. 상임위원장 18자리 독식 엄포를 놓더니, “법대로”를 외치며 5일 반쪽 국회 개원을 강행했다. 여당 단독 개원은 53년만에 처음이다.

여야 갈등 배경에는 상임위원장 배분, 특히 법사위원장 자리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 여당은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 몫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견제 수단이라는 통합당 주장에 대해 “과거의 낡은 관행” “견제가 아니라 월권이자 발목잡기”라며 일축했다. 원 구성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블러핑인지, 거대 여당의 진심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위험한 발상이다. 원 구성이 진통을 겪을 때마다 여당의 물러섬으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가졌던 전례, 법사위원장 자리를 걸고 결사항전을 마다하지 않던 야당 시절의 민주당 언행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완력 정치는 좋은 시도가 아니다. 설사 야당이 법사위에서 법안을 가로막는다 해도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으면 그만이다. 거대 여당이 됐다고 해서 시간이 걸리는 절차를 무시하겠다고 하면 이번 국회도 보나 마나다. 타협보다는 사사건건 갈등이 증폭되는 난장판 국회가 될 게 뻔하다.

절대왕정 시절부터 쌓아온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오늘날 민주주의 요체라는 걸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치뿐 아니라 어느 사회, 조직이든 그 건강성을 유지하게 하는 원리가 돼 있다. 폭력을 미화한다며 대통령의 글을 가린 소셜미디어나 대통령의 군대 투입 방침에 반기를 든 국방장관의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는 분열 정치에 견제가 작동하는 미국 사회의 열린 단면을 보여준다.

요즘 민주당이 견제 기능을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 쯤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윤미향 의원 문제에 대한 자세만 해도 그렇다. 드러난 의혹들로 보건대 정대협은 윤미향 1인 체제나 다를 바 없이 구멍가게식 운영을 해 온 게 여실하다. 개인계좌 모금 등 부실 회계와 기부금의 불투명한 사용, 부친 고용, 위안부 운동의 상징과 같은 이용수 할머니의 비판, 들끓는 여론 등에 비춰 애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게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자세이었건만 민주당은 그를 진영 논리의 희생양으로 보는 듯 하다.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뒷짐을 지고 있지만 법 위반과 정치적, 도덕적 책임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더욱이 적극적 조치 요구가 터져 나오자 의원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하는 건 쓴 소리를 막겠다는 것 아닌가. 20대 국회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기권표를 던졌던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최근 징계 조치는 ‘반민주’ 논란까지 부르고 있다. “강제 당론을 안 지켰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는 게 이해찬 대표의 답인데, 의원 개개인의 독립성을 보장한 헌법과 법률에 비춰 권위적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의원 소신에 징계로 대응하는 민주당의 대응 이면에는 새 출발하는 의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민주당에서 ‘오만 프레임’을 경계하자는 말이 나오지만 그 시작은 안팎의 견제 기능에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집권 여당의 독주는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새겨듣기 바란다. 힘이 세진 만큼 스스로 절제하고, 안팎의 견제를 마땅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진황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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