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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든 파인애플 먹고 죽은 코끼리의 실수는 인간을 믿은 것” 전 세계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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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믿었던 임신 상태 코끼리 숨지자 SNS에서 애도
야생동물 학대 처벌 강화 국제 청원에는 140만명 서명
“코끼리는 실수를 했다. 인간을 믿은 것이다.”
임신 상태였던 인도의 야생 코끼리가 폭죽으로 채워진 파인애플을 먹었다가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전세계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인도의 야생동물 학대나 불법포획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제청원이 일었고 5일 오후 기준 140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5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 현지 언론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남부 케랄라 팔라카드 지역의 한 강에서 임신한 야생 코끼리 한 마리가 숨졌다.
열 다섯 살 어미 코끼리는 최근 숲 근처 마을에 있던 파인애플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과일 속을 누군가 폭죽으로 가득 채워 놨던 것이다. 코끼리는 입안에 터진 폭죽으로 입과 혀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20일 가까이 굶주렸고, 결국 강으로 들어가 차가운 물 속에서 고통을 삭이다 선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인디펜던트는 코끼리가 농작물을 급습한다는 이유로 표적이 됐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멧돼지를 잡기 위해 놓은 덫에 코끼리가 걸린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산림 관리인 모한 크리슈난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어미 코끼리는 모든 사람을 믿었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크리슈난은 “어미 코끼리는 음식을 찾아 마을을 다닐 때도 단 한 명의 사람도 해치지 않았다”며 “도와주려고 시도했지만 코끼리는 육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것도 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코끼리의 눈물이 강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느꼈다”며 “인간의 이기심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듯 했다. 어미 코끼리는 어릴 때 놀던 곳에 묻혔다”고 애도했다.
인도 삼림 당국도 수사에 나섰다. 프라카시 자바데카르 환경·삼림·기후변화 장관은 “동물에게 폭죽을 줘서 죽이는 것은 인도의 문화가 아니다”라며 “가해자들은 동물학대 혐의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사안을 철저하게 조사해 범인을 잡아내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에 코끼리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이 포스터와 그림으로 코끼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나도 임신한 상태라 그런지 감정이 이입된다”며 “새끼를 품고 무거운 몸으로 필사적으로 먹이 구하려고 다녔을 텐데 다치고 나서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인간들 때문에 희생 당하는 동물들에 마음 아프다”며 애도했다.
국제청원 사이트에는 코끼리의 죽음을 애도하며 야생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영혼을 위한 정의(Justice for our Voiceless Soul)’라는 청원이 올라와 5일 오후 기준 140여명 이상이 서명했다. 청원을 올린 카말 간트라는 “힘없는 동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도 그에 맞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사법체계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에서는 야생동물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며 “야생동물 학대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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