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의연 사태를 기회로 만들자

입력
2020.06.04 04:30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기자회견에서 이나영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살다 보니 한국 뉴스는 언제나 목마름의 대상이다. 얼마 전까지는 우리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드디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 같아 사뭇 어깨가 으쓱해졌다. 요즘 이목을 집중시키는 뉴스는 바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건이다.

정의연 사건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온 답변 때문이다. “세상 어느 비정부기구(NGO)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고, 세부 내용을 공개하느냐”는 것이다. 대의와 선의를 가지고 있는 NGO에 그들이 신념을 잘 지켜가고 있는지 물을 자격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인도네시아에서 교육자로서 살아온 필자는 그 나라의 정부나 국제기구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NGO들에 대해 항상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선 환경 관련 NGO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런데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항상 나쁜 사람들만 등장하고 상처받은 환경에 대한 얘기만 나온다.

안타깝게도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NGO들의 소통 방식은 ‘대화’가 아닌 ‘갈등’이다. 모든 문제를 선과 악으로만 구분하고, 순박한 주민들을 갈등의 최전선에 세우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활동으로 ‘무엇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도무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환경을 걱정한다면 멀리서 싸움을 붙일 게 아니라, 직접 소통과 대의를 실천하는 모습으로 다가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런 비판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다. 매번 비슷한 문제로 시끄럽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선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그들이 무엇을 해도 비난할 수 없으며, 어떤 전횡과 범죄를 저질러도 대항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정의연 사건을 계기로 NGO라는 간판 아래 무조건 믿고, 맡겨야 하는 문화를 바꾸고, 조직의 투명성을 바로 세우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결론을 내기 위한 과정의 진정성과 자신들이 내걸었던 기치를 대의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묵살하고 있다면 그들의 대의는 이미 과정에서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의연 사건이 한 개인의 일탈이나 정치 공세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더욱 폭넓게 하는 선의의 사람들을 더 이해하고, 더 도울 수 있도록 NGO에 대한 인식 재고와 외부 감시 체계의 사회적 합의를 시작할 기회라고 여긴다.

세상의 모든 NGO가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 기부금 내역과 지출 세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의를 실천하는 과정부터 진정성을 담은 NGO에 사람들은, 아니 필자부터도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을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NGO 활동가들을 응원한다.

안선근 인도네시아 국립이슬람대(UIN)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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