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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홍콩, 트럼프는 옳고 시진핑은 그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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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물론 미중 갈등과 충돌의 소재가 홍콩 보안법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무역 경제 첨단기술 외교안보 국방 인권 등 두 나라가 얼굴을 붉히고 심지어 실력행사까지 들어간 현안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을 때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중국 때리기’가 꼽혔다. 직후부터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부쩍 인구에 회자됐다. 중국몽(中國夢)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앞세운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더 이상 ‘웅크린 채 때를 도모하는’ 그런 나라를 거부하고 있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이 그 자리를 넘보는 신흥 강자를 견제하는 과정이 ‘위협 대 위협’의 반복이자 그 수위가 상승일로일 것이란 예상은 어쩌면 당연했다.
홍콩 보안법 논란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서방과 중국의 ‘가치’ 충돌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1997년 7월 1일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었을지 모른다. 서방은 영국이 중국에 ‘홍콩의 주권을 이양한’ 날로 여기지만, 중국 입장에선 150여년만에 ‘빼앗긴 땅을 되찾은’ 날이다. 84년 9월 26일 발표된 홍콩반환협정은 50년간 홍콩의 기존 체제 유지, 외교ㆍ국방 외 고도의 자치 등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핵심이다. 영국은 50년간 서방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명분에 집중했을 테지만, 중국은 그 50년 동안 점진적으로 홍콩을 체제내화 할 심산이었을 게다.
실제 중국은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이던 2017년 7월 1일 홍콩반환협정을 ‘역사적 문서’로 규정했다. 홍콩은 이제 중국의 일부이니 일국양제의 수위나 방식은 중국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영국의 상징적인 반박이 있었지만 당시엔 미국을 위시한 다른 어떤 서방국가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홍콩을 중국의 ‘독립적인 일부’로 보는 시각에 별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지금 이 시점에 왜 지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보안법 제정을 밀어붙이는 걸까. 지난해 송환법 파동으로 베이징 당국이 강경한 입장을 굳혔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렇다고 이를 시진핑 체제의 억압적인 통치전략만으로 설명하는 게 타당할까. 중국이 비난과 출혈과 후유증을 감수하기로 맘 먹은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쯤에서 미국과 중국이 공히 일국양제를 강조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코 같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미국은 ‘두 체제’를 강조하지만 중국은 ‘한 국가’를 우선한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 홍콩을 주장하지만 중국의 관심사는 영토주권 문제인 ‘하나의 중국’이다. 당연하게도 양측 모두의 시각에서 양안(중국과 대만)관계와 신장 위구르ㆍ티벳 인권문제 등이 중첩된다. 홍콩 보안법 논란을 ‘홍콩’에만 한정해서 볼 수 없는 이유다.
홍콩 보안법은 그 자체가 두 말할 나위 없는 악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시민과 기업의 보호를 주장하는 건 충분히 당위적이다. 하지만 경제적 이해관계가 직결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단행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오히려 중국은 겁날 게 없다는 태도다. 국내총생산(GDP)에서 홍콩 비중이 3%도 채 안되는데다 상하이나 선전 등의 대체지도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홍콩 보안법 논란은 지속적으로 정치적 수사와 외교적 힘겨루기의 어딘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을 재선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정권이 바뀌더라도 미중관계는 상당 기간 갈등 우위 구도일 것이다. 지금의 미중 갈등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놓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 상황에서 홍콩을 ‘하나의 중국’ 원칙의 약한 고리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중국의 접근법을 도덕과 당위의 잣대로 비난만 할 수 있을까. ‘트럼프의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 간 충돌은 도덕과 당위를 넘어서는 국익 전쟁인데 말이다.
양정대 국제부장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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