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맥주ㆍ전통주 업체, 편의점에 택배로 술 보낼 수 있다

입력
2020.05.19 16:12
수정
2020.05.19 18:5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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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인 스티커 안 붙여도 주류 택배 가능”

“맥주에 질소 첨가 가능… 기네스 같은 거품맥주 나온다”

“주류제조 면허 있으면 인근 양조장에 위탁 생산도 가능해져”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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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의 수제맥주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수도권, 부산, 제주 등 전국에서 인기다. 하지만 2대 뿐인 회사 운반차량으론 전국에 물량을 대기 힘들다. 택배를 이용해 맥주를 배송할 수도 있지만, ‘주류 운반차량은 검인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는 낡은 규정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번씩 이용하는 모든 택배 차량에 검인 스티커를 부착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또 다른 수제맥주 제조업체 B사는 맥주 소비가 증가하자 해외에서 추가 생산해 다시 국내로 수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맥주 생산을 맡길 국내 다른 양조장도 알아봤지만, 현행 규정상 국내에선 ‘주류의 위탁 제조’가 허용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주류 제조ㆍ유통ㆍ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한 ‘주류 규제 개선방안’을 19일 발표했다. 수입산에 밀리는 국내 주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일반 택배 차량도 주류 운반 가능해져

먼저 정부는 주류 제조자와 수입업자가 차량을 이용해 주류를 운반할 때 ‘검인 스티커’를 부착해야 했던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주류 관리가 전산화되면서 과거처럼 불법유통을 걱정할 필요가 적어졌는데도, 과도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직접 소유 차량이 적은 소규모 맥주나 전통주 제조업자도 앞으로는 택배를 이용해 주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던 주류를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이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주류 판매를 허용하면서 주류를 인근 편의점이나 음식점에 주문해 수령하는 것은 지난달부터 가능해 졌다.

하지만 정작 검인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만 주류를 운반할 수 있어 그 동안은 배달이 어려웠다. 이번 규제 개선을 활용하면 택배로만 배송되는 소규모 업체 주류 제품도 ‘스마트 오더’가 가능해진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지금까지는 음식점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주류 제품 종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앞으로는 택배비만 지불하면 언제든 원하는 술을 마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혀있던 주류 제조 국내 아웃소싱도 허용

주류 제조면허를 받은 업체가 다른 업체에서 주류를 위탁 제조하는 것도 허용된다. 현재는 다른 양조장에서 술을 위탁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해 해외 생산 움직임까지 있었다.

양순필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최근 해외 아웃소싱을 하려던 맥주 제조업체가 2, 3개 이상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위탁 제조가 허용되면서 이들 업체가 해외가 아닌 국내 제조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식과 함께 배달시킬 수 있는 주류의 기준도 명확해졌다. 지금까지는 ‘음식에 부수하여’ 주류 배달이 허용됐는데, ‘부수’의 범위가 불명확해 주류 배달을 하지 않는 업체가 더러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음식과 함께 배달되면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은 경우’로 주류 배달 기준을 구체화했다.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한다면 생맥주를 최대 2만원어치까지 함께 시킬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아일랜드의 기네스처럼 질소가스가 함유된 맥주 제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순필 과장은 “맥주에 질소가 들어가면 거품이 크림처럼 쫀득쫀득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외국에서 제조기법을 가져와 질소가스를 첨가하려는 수요가 생겨 이번에 첨가재료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전통주 산업 지원을 위해 전통주 제조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 주세를 면제해주고, 전통주 홍보관 내 시음행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밖에 △주류 제조방법 변경 절차 간소화 △홍보 목적의 경우 제조면허 주종 이외의 주류 제조 허용 등이 이번 방안에 담겼다.

주류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규제 개선안에 환영한다”면서 “수제맥주 업체들이 설비 도입, 확장이라는 단계별 장벽을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생겼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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