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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처벌해 달라” 경비원이 세상 떠나기 전 남긴 음성 파일

입력
2020.05.18 10:39
수정
2020.05.18 19:45
13면

심경 담은 음성 녹음 3개 남겨

가해자 11시간 조사, 혐의 부인

14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갑질 폭행'으로 세상을 떠난 경비원 최모(59)씨의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훈 기자
14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갑질 폭행'으로 세상을 떠난 경비원 최모(59)씨의 노제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아파트 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숨진 경비원이 심경을 담은 3개의 음성 녹음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비원 최모씨의 유족에 따르면, 최씨는 이달 4일 3개의 음성 파일을 남겼다. 경찰은 3개 모두를 확보했고, 유족은 2개의 사본을 갖고 있다. 경찰이 보유한 녹음파일에는 주민 심모씨의 폭행 사실이 상세하게 구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심씨의 폭언과 폭행 이후 받았던 심적 압박을 녹음 파일에 남겼다. 최씨는 “심씨에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 그렇게 힘들어도 약 먹어가며 일했다. 밥을 굶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얼마나 불안한지 아느냐”고 남겼다.

최씨는 또 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경비가 억울한 일을 안 당하도록 강력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건 이후 심씨가 찾아와 최씨에게 사직하라고 협박한 정황도 녹음됐다. 앞서 최씨가 “억울하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사실도 알려졌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 심씨는 전날 경찰에 출석해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심씨는 경비원을 지속적으로 폭행하거나 협박했다는 의혹에 관해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한 심씨는 ‘폭행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조사를 마치고 귀가할 때도 별다른 말 없이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 경찰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소환이나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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