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칼럼] 문 대통령 남은 2년, 인사가 먼저다

입력
2020.05.11 18:00
수정
2020.05.12 13:25
26면

‘거여 국회’ 맞춰 내각 새바람 불어넣어야

‘포스트 코로나’ 경제팀 대담한 발상 없어

靑ㆍ정부 인사 쇄신으로 국정동력 키우길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배석해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 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배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는 31일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민주화 이후 집권 여당으로 최대 의석수를 차지한 국회의 출범을 지켜보리라고는 그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8개 모든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이 절반이 넘는 장면을 보면 압도적인 여당의 힘을 실감할 터다. 야당을 향해 법안 통과를 읍소할 일도 더는 없게 됐다. 걸림돌이 사라졌으니 이제 국정 운영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앞으로의 ‘거여(巨與) 국회’가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라면 청와대와 정부도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 ‘성공한 정권’의 관건은 국회와 행정부의 유기적인 관계 형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정책 기획과 내각의 실행, 여당의 협조가 순탄하게 이뤄져야 국정 어젠다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현재의 청와대와 정부 진용은 질적 전환을 이룬 21대 국회에 걸맞다고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 사태 극복 과정에서 일부 장관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긴 했으나 여전히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장관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려진 측면도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업무 능력이 의심되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대통령의 메시지가 자주 흔들린 데서 보듯 청와대 참모진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문 대통령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국정 과제는 ‘경제 위기 극복’과 ‘남북 관계 개선’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증유의 비상 경제 시국”이라고 선언했듯이 코로나 경제 위기는 “회복은 느리고 조정은 길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바이러스야 결국 잡히겠지만 실물경제 침체나 실업 등 본격적인 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가뜩이나 허약한 체질인 한국 경제가 주저앉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남은 임기 2년이 문재인 정부를 규정짓는 성적표로 자리매김될 공산이 크다.

남북 관계는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공을 들였던 분야다. 여러 차례의 북미와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내면서 한반도 평화를 한 단계 진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미의 샅바잡기 신경전에 끼인 문 대통령이 얼마나 매력적인 남북 협력 방안을 이끌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 상황에서 이런 난관을 돌파하는 최선의 방안은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다. 코로나 위기 극복 국면에서 당장은 개각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지만 위기를 제대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개각은 절실하다. 전 세계적 인식의 대변환이 형성되는 ‘코로나 뉴노멀’에 대처하려면 정부 전체에 새 바람을 불어넣지 않으면 안 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혼선에서 드러났듯이 과거의 해법으로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한국형 뉴딜’도 종래에 추진해 온 정책의 반복일 뿐 그 이상의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 경제팀에는 대담한 발상과 창의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줄곧 자리를 유지해 온 외교안보팀은 피로감이 문제로 지적된다.

문 대통령은 한 번 쓴 사람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사람을 믿는다는 얘기지만 냉정한 평가에 기반하지 않고 교체 시기를 놓친다는 지적도 받았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 3기 시작에 맞춰 정부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국정 쇄신을 꾀해야 할 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인사를 잘 활용한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한발 앞선 ‘깜짝 인사’와 ‘발탁 인사’로 대통령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분명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70%를 넘었지만 대통령의 인기에 의존한 국정 운영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정치적으로 가장 유리한 시기에 인사 쇄신을 단행하는 것이야말로 강한 리더십이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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