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의 동물과 떠나는 세계여행] 학대 받다 구조된 자연공원의 코끼리들

입력
2020.05.09 04:30
태국 치앙마이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코끼리 자연공원'의 코끼리들. 양효진씨 제공.

태국 치앙마이 중심에서 차로 1시간만 가면 코끼리 자연공원(Elephant Nature Park)이 있다. 학대받은 코끼리들을 구조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곳이다. 코끼리를 90여 마리를 포함해 버려진 개와 고양이 등 동물 3,000여 마리를 먹여 살린다.

입구로 들어가니 코끼리가 먹을 음식으로 가득한 부엌이 보였다.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코끼리는 하루에 250kg을 먹는다. 방문객들의 입장료 대부분을 먹이에 쓴다는 말이 실감났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태국 여성분이 나와 우리를 안내했다. 바나나와 수박을 가져와 앞에 있던 코끼리들에게 주면 된다고 했다. 너무 가까이 가지 않도록 그어진 선 뒤에서 코끼리 코에 수박을 줬다. 코에서 따뜻한 숨이 나왔다. 간식을 맛있게 먹은 코끼리들은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곳에서는 코끼리를 이동시킬 때 불훅(Bullhook)이라는 쇠꼬챙이로 찌르지 않고 바나나를 이용해 훈련한다. 지금은 편안한 삶을 살고 있지만 멀어버린 눈이나 찢긴 귀를 보니 이제껏 겪어왔을 고통에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은 코끼리를 통제하기 위해 어린 새끼를 어미와 강제로 떨어뜨린다. 몸을 묶고 먹이도 주지 않고 며칠간 불훅으로 찌르고 때린다. 이런 학대 훈련 과정을 ‘파잔(Phajaan)’이라 한다.

동물복지에 관한 인식이 나아진 요즘에도 이런 방식은 여전하다. 지금 태국에는 3,700마리의 코끼리가 사람에게 잡혀 관광과 불법 벌목을 위해 이용당하고 있다. 코끼리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손에 쥔 불훅은 시시때때로 코끼리의 몸을 찌른다.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코끼리를 탄다. 코끼리를 타서 재미있고 좋았다는 후기가 최근까지도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라와 있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무심코 코끼리들의 학대를 ‘선택’한다. 그 과정은 사실 단순하다. 태국 파타야, 푸켓 등 유명 관광지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고 거기에 들어있는 코끼리 트래킹 일정을 따라가는 것이다. 코끼리 등에 올라타는 ‘이색적인 경험’에 가려 그 행위 자체가 코끼리 학대라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한다.

태국 치앙마이 인근 '코끼리 자연공원'에서는 직접 관람객이 코끼리에게 수박을 줄 수 있다. 양효진씨 제공

며칠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러한 태국 관광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람들이 코끼리를 먹일 돈이 없어 코끼리를 포기했고, 그래서 최근 이 공원에 많은 코끼리가 들어오게 됐다. 이로써 학대받던 코끼리가 공원에서 자유를 찾은 건 다행이지만, 돌봐야 할 코끼리가 갑자기 늘어난 공원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하루 100명 가까이 오던 공원도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문을 닫아, 기부금을 받기 어렵다. 당장 코끼리들을 먹일 돈이 없어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 시기가 지나면 코끼리 관광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공원에서 이런 사람들이 코끼리를 학대하지 않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수요가 없어져야 한다. 코끼리를 타는 관광 상품이 있는 여행사에 의견을 보내고 사람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알리는 방법이 있다. 코끼리를 탔다고 자랑하는 사진이나 영상도 이제는 사라지길 바란다. 공원에서 본 가장기억에 남는 장면은 코끼리들이 목욕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함께 물에 들어가 코끼리 목욕을 도왔는데, 더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여주기 위해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멀리서 세 마리의 코끼리가 물에서 뒹구는 모습을 봤다. 동물이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 코끼리들은 넓은 들판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친구와 어울렸다. 학대와 무관심이 가득한 세상에서 이렇게 코끼리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귀한 장면이었다. 지금은 무심코 해왔던 일들에 대해 돌아보기 좋은 시간이다. 인간의 선택이 만물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시간이 지나 다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 코끼리들의 편안한 삶을 위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태국의 '코끼리 자연공원'에서 코끼리들이 물 속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양효진씨 제공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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