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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열린우리당 교훈’, 보수가 더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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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17대 몰락 후 18대 화려한 부활
공동체 자유주의 등 ‘박세일 해법’ 주효
궤멸 위기 보수당, 대선보다 더 멀리봐야
17대 152석(열린우리당), 18대 81석(통합민주당), 19대 127석(민주통합당), 20대 123석(더불어민주당), 21대 180석(더불어민주ㆍ시민당).
민주당 계열 정당이 역대 총선에서 얻은 의석은 이처럼 다이내믹했다. 그 중에서도 ‘노무현 탄핵’ 역풍이 휩쓴 2004년 17대 총선은 진보정당에 사상 첫 과반수를 안긴 반면, 보수정당을 거의 사지로 몰아가 두고두고 회자된다. 2008년 18대엔 이 구도가 뒤집혀 진보계열 정당을 모두 합쳐도 100석이 안 됐다. 그로부터 12년. 절치부심하던 진보 세력에 이번엔 코로나19 광풍이 축복이자 기회가 됐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사실상 단일정당이 국회 의석 5분의 3을 차지한 전무후무한 결과는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시작일 것이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횡재에 가까운 압승에 크게 들뜰 법한데도 줄곧 자세를 낮춰 흥미롭다. 16년 전 청와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제 세상을 만난 양 의기양양하던 모습과는 판이하다. 일각에서 섣불리 제기되던 ‘윤석열 검찰’ 손보기나 이런저런 개헌 주장도 쑥 들어갔다. 이해찬 대표가 당선자 전원에게 친서까지 보내며 반면교사로 삼자고 강조한 ‘열린우리당 교훈’이 서늘하게 다가와서다. “(2004년 당시) 우리는 승리에 취해 일의 선후와 경중과 완급을 따지지 않았고, 그 결과 17대 대선 패배는 물론 18대 총선에서 81석의 나락으로 떨어진” 기억이 생각할수록 아프다.
하지만 정작 지금 열린우리당 교훈을 더 살피고 되새겨야할 곳은 보수 진영이다. 물론 2004년 상황과 이후 전개 과정을 현재의 정치 지형에 곧바로 대입할 수는 없다. 당시 민심을 오판한 한나라당은 다수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다 역풍을 맞고 궤멸 직전까지 몰렸다가 박근혜의 읍소에 의지해 120석선을 지키며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두 번의 대선 패배에 이은 총선 참패의 상처는 컸고 미래는 암울했다. 곧바로 천막당사 등의 이벤트를 펼치며 대대적 개혁작업을 벌였다. 박근혜라는 리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못지않은 인물이 보수의 경세가로 불렸던 위공(爲公) 박세일이다.
선거 보름 후 당선자 연찬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창당에 버금가는 보수혁명을 주장하며 ‘신보수를 위한 사상전’을 역설했다. 정당 경쟁을 ‘20세기 과거 민주화 세력 대 21세기 미래 선진화세력의 대결’로 규정하고 “당을 가치집단으로 바꾸는 사상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보수는 집권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공동체 자유주의가 사상전 토대로 제시됐고 이를 떠받치는 4대 가치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공동체주의, 실용개혁을 꼽았다. 진보의 ‘진지전’에 대항하는 박세일의 사상전이 18대 총선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 2008년 열린우리당 참패는 집권 세력의 분열과 오만이 부른 자멸 성격이 더 짙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때 빛을 발한 박세일의 보수개조론이 우파 기회주의에 꺾인 사실과 2016년 이래 보수 진영의 전국 선거 4연패와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이 시기 무능 일색이던 보수당의 리더십을 반추하면 더욱 그렇다.
지도를 잃고 자중지란만 거듭하는 미래통합당에 이런 얘기는 언감생심일 것이다. 당 지도부는 붕괴되고 인적ㆍ물적 곳간은 바닥났으며 그나마 믿던 고령층ㆍTKㆍ무당중도층 등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는 추세다. 더 나빠질 것도, 더 떨어질 곳도 없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지금이 기회일지 모른다.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긴 싸움이니 꼭 2022년 대선에 목맬 필요도 없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고 민심의 바다는 늘 출렁이는 법이다. 여당이 부자 몸조심하며 20년 집권, 100년 정당을 향해 달려간다고 위성 교섭단체 등 꼼수로 몸부림치면 무덤만 파게 된다. 열린우리당 교훈을 교과서 삼아 진보 진영이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어떻게 부활했는지, 보수 진영이 잠깐의 승리 뒤에 어떻게 몰락했는지 감동적으로 공부해 보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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