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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지고도 왜 졌는지 모르는 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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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선거 부정 의혹에 유권자 탓까지
코로나 사태 전부터 총선 패배로 조사돼
박근혜 탄핵 후 인적 청산 안한 게 패인
21대 총선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보수 진영은 멘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 3년차에 치러진, 도저히 지려야 질 수 없는 중간선거에서 참패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미래통합당은 패인 분석은 고사하고 당을 추스를 방법을 놓고도 사분오열이다. 안 되는 집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현실 부인의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게 사전투표 부정 의혹 제기다. 보수 유튜버들이 주장하던 것을 일부 낙선자들이 이어받더니 통합당 공식 석상에서도 거론됐다. 의혹의 근거로 제시하는 수도권 득표율 문제가 터무니없고 다른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데도 막무가내다. 사실이 그렇다면 통합당의 그 많은 개표 참관인들은 왜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전국의 선거 관련 공무원 가운데 양심선언자가 적어도 한 명은 나왔어야 한다. 이런 비상식적인 발상은 엄청난 상실을 겪었을 때의 심리 변화 과정인 ‘퀴블러 로스 모델’을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등 5단계의 첫 단계를 겪는 셈이다.
이보단 낫지만 보수 진영이 내세우는 일종의 ‘정신 승리’는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역구 득표율이다. 의석수는 180대 103이지만 득표율은 49.9%대 41.5%로 8.4%포인트 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당의 오만을 경계하는 차원이라면 모르겠으나 “사실은 그리 크게 진 게 아니다”고 둘러대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4년 전의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득표율은 38.3% 대 37%로 새누리당이 1.3%를 앞섰지만 의석은 122대 123으로 한 석이 적어 1당을 빼앗겼던 적도 있다.
단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득표율과 의석수 차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통합당이 소선거구제를 고집하는 것은 수도권(121석)의 절반보다 많은 65석이나 되는 영남 텃밭을 잃지 않으려는 속셈 때문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투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키기 위해 추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한사코 거부한 것도 바로 통합당이다. 정당 득표율을 따지려면 이번 총선에서 보수 전체 표심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얻은 51.55%에 한참 못 미치는 41.5%밖에 안 된 이유가 뭔지를 성찰하는 게 합리적이다.
선거 패인을 둘러싼 통합당의 분석도 겉돌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정권심판론이 먹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고, 여기에 공천 논란과 막말 파문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인 듯하다. 하지만 만약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고, 공천 논란과 막말이 없었다면 통합당이 민주당을 이겼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지난 6개월간 자체 분석 내용을 들어보면, 지난 연말과 연초 약간의 하락세는 있었으나 총선 시뮬레이션에서 한번도 1당을 빼앗긴 적은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전부터 이미 과반을 차지하는 걸로 나타났다고 한다. 코로나, 공천, 막말은 종속변수에 불과했을 뿐 판도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통합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자체 판세 분석에서 계속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당 지도부 의중에 맞춰 표본을 유리한 쪽으로 바꿨다는 게 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보수야당의 몰락은 박근혜 탄핵 사태 이후 청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이 출발점이다. 박근혜ㆍ이명박 두 전 대통령이 구속됐을 때 그 많던 친이ㆍ친박 의원 중 누구 하나 사퇴하는 사람이 없었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하자 스스로를 ‘폐족’이라고 칭했던 민주당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패배 소감으로 “농부는 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한 통합당 인사는 “국민의 선택에 절망했다. 정권의 폭주를 막지 못한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한테 되돌아올 것”이라고 패배 책임을 유권자에게 돌렸다. 이게 바로 민주당과 통합당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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