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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야당 복’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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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론’ 대신 ‘코로나 평가’된 총선
황교안, 무조건 정부 딴죽 걸기 역효과
죽 쑤는 여당, 그보다 형편없는 보수야당
코로나19가 바꾼 것은 시민의 일상뿐이 아니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양상을 판이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 중간 평가 성격의 ‘정권심판론’이 희석되고 정부의‘코로나 대처 능력 평가’가 자리를 대신했다.
보수야당이 벼르던 주요 이슈도 힘을 잃었다. 소득주도성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실정론’은 전 세계적 경제위기에 묻혔다. 개펄과 그 위에 쌓인 진흙을 가려내는 건 난망하다. ‘조국 사태’와 울산 선거 개입 의혹도 희미한 잔상만 남았다. 잔뜩 실탄을 준비하고 전투를 기다렸는데 졸지에 과녁이 사라진 꼴이다.
선거 판세를 좌우할 정부의 코로나 대처는 나라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사태 초기의 중국발 입국금지 논란과 마스크 대란은 잠잠해졌고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역 관리가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대통령 주도의 첫 G20 화상회의 개최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다. 당초 코로나 사태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여당에서 선거 연기 얘기가 나올까 날을 세우던 야당은 이제 자신들이 선거를 미루자고 해야 할 판이다.
보수야당이 대통령이 종횡무진 다니며 자연스럽게 표를 주워담는 모습을 바라만 보는 처지가 된 것은 안이함과 전략 부재 탓이다. 무조건 정부 조치를 비판할 생각만 했지 국가적 위기 타개에 힘을 보태겠다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한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여태껏 고집하는 것도 현 정부의‘중국 굴종’ 프레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는 한국의 성공적 대처는 의료진과 국민들 덕분인데 정부가 공을 가로챈다고 강변한다. “메시가 골을 넣은 것은 메시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의 왼발이 뛰어나서”라는 말과 진배없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코로나 확산 차단이 “박정희 전 대통령 덕”이라고 했는데 엄밀히 따지면 의료보험 전 국민 확대는 김대중 정부 때다. 이런 태도는 어떻게든 딴지를 걸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준다.
방역은 그렇다 치고 자신들이 강점이라고 주장하는 경제 문제에서도 보수야당은 존재감을 보여 주지 못했다. 미국 영국 등 각국 정부의 재정확대 방안이 상상력을 뛰어넘는데 여전히 재난기본소득 제안에 “총선용 현금살포” “돈 푸는 데는 선수”라는 비난을 퍼붓는다. “정부가 좌파 도그마에 빠져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지금이 한가하게 이념 논쟁을 할 땐가 싶다. 하루하루 버티려면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몇 푼이 아쉬운 대다수 국민 형편을 도외시하고 있다. 보수야당이 전략적 사고가 있었더라면 ‘재난기본소득’ 의제를 선점했어야 한다. ‘선별적 지원’이냐, ‘보편적 지원이냐’는 그 다음 문제다.
박근혜 후보가 2012년 대선에서 복지와 경제민주화 어젠다를 제시하자 민주당은 우왕좌왕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한 뒤 “허를 찔렸다”며 아쉬워했다. 지금 보수야당은 박 전 대통령만큼의 상상력도 없다. 뒤늦게 미래통합당이 구원투수로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김 전 의원과 자유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한 통합당의 ‘민부론’은 물과 기름이다. 통합당에 필요한 것은 선거용 ‘얼굴 분칠’이 아니라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새롭고 과감한 제안이다.
설상가상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황 대표의 행태는 보수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받은 ‘김형오 공천’에 재를 뿌려 ‘막장 공천’으로 만들었다. 총선 후 주도권 장악을 위한 포석이겠지만 당의 이미지는 구겨졌다. 지난 총선 직전 연출됐던 ‘옥새 파동’을 떠올리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보수야당은 전국 선거 세 번 연속 패배의 치욕을 되갚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수권 정당으로서의 실력과 자세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게 드러난다. 여당이 개정 선거법 형해화와 ‘친문 공천’ 등으로 죽을 쑤고 있지만 보수야당은 더 형편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야당 복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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