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칼럼] ‘신종 꼼수 바이러스’가 더 무섭다

입력
2020.03.19 18:00

코로나19, 지구촌 리더십과 연대 시험대

한국, 한때 오명 씻고 모범 사례로 주목

‘정의당만 빼고’ 위성정당 기만 심판해야

민주당이 주도한 플랫폼정당 비례대표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 각당 대표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연합정당의 출발을 알리고 있다. 신당에는 정의당과 범여권 연합정당을 처음 제안한 정치개혁연대는 빠지고 시민을위하여,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와 인권당 등 무명의 신생 군소정당만 참여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의 대의를 부정하는 위헌정당, 꼼수정당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하며 원칙과 신뢰를 저버린 민주당의 음모적 행태를 강력 비난했다. 오대근 기자

팬데믹으로 비화해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는 문명론적 질문을 던진다. 인류가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거치며 쌓고 자랑해온 지적ㆍ물적 자산이 너무나 초라하고 무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연결ㆍ초지능의 4차 산업혁명 운운하던 지구촌은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현한 신종 바이러스 습격 한 방에 패닉에 빠졌다. 공포와 불안에 일상이 무너지고, 경제를 비롯한 시스템 전체가 다운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아직도 괴물의 정체는 오리무중이고 언제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다. 기후변화 등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마저도 비켜가려는 인간의 오만에 대한 자연의 응징인지도 모른다. “일상의 마비가 뉴노멀”이 된 상황 앞에서 사람들은 한없는 열패감에 빠져든다.

코로나19가 지역 인종 종교를 가리지 않고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번진 데에는 문제를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국한시키려 한 서구 정치 지도자들의 방심과 무지 탓이 크다. 올림픽을 의식해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한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뒤늦게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하며 국경을 차단하는 등 허둥대지만 각자도생식의 접근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파격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내놨지만 시장의 불신만 커가는 것은 단적인 사례다. 그 중심에는 유럽 봉쇄 등 난데없고 뜬금없는 깜짝 조치와 제안으로 위기감과 불협화음을 조장하는 미국이 있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이 그 주변에 있다. 미국 우선주의가 촉발한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이 코로나19 창궐의 온상이 되고,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역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어떤 재난과 역경에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자원을 동원하고 국내외 소통 및 협업 체제를 이끌어내는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인간성의 최고와 최악을 낳는 경향이 있는”(WHO 사무총장) 감염병 보건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엊그제 G7 정상이 화상회의로 만나 ‘강력하게 조율된 국제적 접근법’을 취하기로 하고 G20의 동참을 촉구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미증유의 복합 위기를 달랠 화음을 낼 것 같지도 않다.

지구촌이 직면한 도전과 응전 과정에서 한국의 사례가 줄곧 주목받는 것은 흥미롭다. 정부의 미숙한 초기 대응과 청와대의 성급한 낙관론 탓에 힘들게 쌓은 나라의 위상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도 맞았다. 그러나 정부가 투명성에 기반한 선제적 진단과 격리로 신뢰를 얻고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시민의 자발적 연대와 헌신, 세계적으로 공인된 우수한 의료 인프라가 가동되면서 한국은 새옹지마 고사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정부 희망대로 한국 사례가 코로나19 극복의 모범이나 기준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국제적 평판이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 한국에서 20여일 후 여야 권력교체 혹은 사회적 패권교체의 분수령이 될 총선이 실시되는 것은 나라 안팎으로 또 다른 관심거리다. 코로나19 방역 이슈를 둘러싼 리더십 논란과 대책의 적정성 여부가 다른 총선 쟁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선거 결과까지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슈는 한때 여권의 최대 악재로 부각됐지만 방역과 경제가 맞물리면서 ‘무차별 현금폭탄’까지 거론되는 현재는 어느 쪽도 유불리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코로나 변수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개혁과 세대교체를 부르짖던 정치판에 창궐하는 꼼수 바이러스다. 압권은 미래통합당이 만든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의석 도둑질’이라고 비난해온 민주당이 똑같은 편법과 반칙을 동원해 ‘듣보잡 위성정당’을 만든 것이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총선은 여야 위성정당이 대결하는 저질 코미디를 연출하게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젠가 극복하겠지만 기만과 술수의 정치 바이러스는 ‘진영’을 숙주 삼아 진화를 계속한다. 정의당만 빼고, 주권자가 심판의 몽둥이를 드는 수밖에 없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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