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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청년 돌연사 주범 ‘유전성 부정맥’ 사각지대 해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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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심장이 갑자기 멎으면 혈액이 뇌 등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의식을 잃게 된다. 응급조치를 재빨리 하지 않으면 1시간 이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처럼 심장 정지에 의한 돌연사는 심근경색ㆍ심부전 등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이나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유전성 부정맥 환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특히 우리나라는 심정지 돌연사 중 유전성 부정맥이 원인일 때가 14~15%나 된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07~2015년). 일본(10%)ㆍ서구(1~2%)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특히 유전성 부정맥은 평소 증상이 없고 일반 검사에서는 대부분 정상 소견을 보이므로 조기 진단ㆍ예방이 무척 힘들다. 또한 경제적 활동이 많은 젊은 환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따라서 유전성 부정맥 가족력이 있으면 유전자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유전성 부정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돌연사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은 돌연사할 위험성이 아주 높다는 뜻이다. 이럴 때에는 과격한 운동을 삼가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물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나 심장기능 검사를 시행해야 조기 진단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유전자를 가진 가족 가운데 돌연사 위험이 아주 높으면 제세동기(除細動機ㆍ심장충격기)를 예방적으로 몸속에 삽입해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필요하면 자동 제세동기를 구입해 집안에 비치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은 심폐소생술을 익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유전성 부정맥을 앓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유전자 검사비가 100만원을 초과해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유전성 부정맥이 실제로 나타났을 때에만 50%가 보험 급여로 지원되고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기에 유전자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심장마비가 발생해 다행히 목숨을 건졌어도 이런 환자에 대한 지원이 없다. 심장마비에서 회생한 환자가 시행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삽입형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ㆍICD)’를 몸속에 이식하는 것이다. 삽입형 제세동기를 몸속에 넣으면 심장마비가 재발했을 때 심장이 부르르 떠는 세동(細動)을 재빨리 없앨 수 있어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제세동기를 삽입해도 환자의 생존율은 50%에 미치지 못한다. 심장마비가 계속 생기면 제세동기를 삽입했더라도 결국 사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유전성 부정맥을 앓고 있는데 심장마비가 생긴 환자와 그 가족들은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직장에서 제세동기를 삽입한 환자를 잘 고용하려 하지 않아 이들은 생계를 이어가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세동기를 삽입해도 심장장애 등급 산정에서 3점 밖에 되지 않아 장애등급을 받지 못한다. 다른 장애인들은 취업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 것과 대조된다.
자녀 2명을 둔 한 41세 환자는 4년 전 심장마비가 생긴 뒤 제세동기를 삽입했다. 몸이 나아진 뒤 직장에 돌아가려 했지만 직원들이 그의 복귀를 꺼려 아직 휴직 중이다. 군 복무하다 심장마비가 생겨 제세동기를 넣은 뒤 제대한 한 28세 남자는 아직 취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는 산정특례 혜택을 받아 병원비의 5%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 반면 심장 돌연사 환자는 언제 본인이 죽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인 데다 구직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다.
대한부정맥학회가 지난해 11월 질병관리본부에 유전성 부정맥을 희귀질환으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한 상태다. 심장마비를 겪은 뒤 제세동기를 삽입한 환자가 장애등급이나 산정특례 등에서 형평성 있는 조치를 받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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