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2주 돌봐줄 곳 찾습니다” 개학 연기로 입양 가정 구하는 싱글맘

입력
2020.03.04 15:02
수정
2020.03.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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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긴급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초등학교 개학 연기로 길어진 돌봄 공백을 해결하지 못해 급기야 이 기간 자녀를 대신해 키워줄 가정을 찾는 학부모가 나왔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이달 23일로 미루면서 각종 돌봄 대책을 내놨지만 사각지대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경기도에 사는 30대 싱글맘 A씨는 4일 오후 1시경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아이를 입양할 가정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다음주부터 2주, 평일 열흘 동안 저희 아이(초등 남아)를 한시적으로 입양해주실 가정을 찾는다”면서 아이의 특성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 가정은 정부에서 제시한 모든 돌봄 대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적 돌봄에 대한 기대를 모두 접었다”라며 “좋은 집, 좋은 음식, 좋은 잠자리는 생각도 않는다. 오직 따뜻한 보호자의 돌봄 속에서 이 시기를 안전하게만 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혼자 있지 못하는 아이의 성격상 누군가의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고, 양육비용을 감수하겠다고도 강조했다.

A씨가 ‘정부 돌봄 대안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사연은 이렇다. 먼저 아이의 초등학교 학군 내 확진환자가 발생해 ‘긴급돌봄교실’ 이용을 신청하지 못했다.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돌봄교실 운영 방식은 학교장 재량에 달려 있는데, 최소 운영방침을 세워 초등 1,2학년에 한해 불가피한 경우만 신청 받기로 결정했다. 그나마 이 사실도 주변과 학교에 문의해서 알게 됐다. 고학년인 우리 아이에게는 신청 공지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정부의 ‘시간제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그는 “시간제 돌봄은 수급자, 수요자의 매칭 시스템이라 서로 시간이 맞지 않으면 이용이 어렵다. 이용 신청 마감일이 전달 20일인데 2월, 3월 신청했지만 전부 탈락했다. 3월 이용 신청마감은 2월 20일이었는데 지난달 20일에 전국 학교 개학이 연기될지 어느 학부모가 알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A씨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가 아니라서 ‘가족돌봄휴가’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정부는 전국 초등학교 개학 연기를 발표하며 올해부터 시행하는 가족돌봄휴가(최대 10일)제 사용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최대 50만원(1일 5만원)의 지원금도 약속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의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워 실수요를 반영하지 않는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당장 이번 주는 학원이 문을 열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형편인데 다음주부터는 이마저도 닫는다. 어젯밤 아이와 상의 끝에 자조적 풍자적 요소를 담아 주변에 2주 ‘입양’ 가정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게 됐다”면서 “개학 연기 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세 가지인데 이 대안을 다 끌어 모아도 너무 많은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좀더 촘촘하고 세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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