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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동상ㆍ생가 복원? 그런 이야기는 저 죽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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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은 중소 배급사이고, 생긴 지 얼마 안 됐어요. 오스카 캠페인을 게릴라전처럼 했다고 할까요. 넷플릭스 같은 대형 스튜디오에 훨씬 못 미친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어요. 저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 흘릴 일이 많았어요. 인터뷰를 600회 이상했고,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100회 이상 참여했어요. 저희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똘똘 뭉친 팀워크로 물량 열세를 메웠습니다.”
‘기생충’으로 작품상 등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4관왕을 차지하며 세계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 배우 송강호 이정은 장혜진 이선균 조여정 박명훈,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한진원 작가 등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아카데미상 수상 뒷이야기와 못다 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내외 250여개 매체 기자 500명 가량이 몰려와 ‘기생충’의 열기를 입증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 제작발표회를 지난해 4월 이곳에서 연 후 1년 가까이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 저곳을 다니다가 다시 같은 장소로 오니 기쁘고 기분이 묘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봉 감독은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아카데미는 로컬’이라는 표현을 해 의도적인 도발 아니었냐는 해석까지 낳았다. 봉 감독은 “오스카 홍보전에 처음 뛰어든 와중에 도발까지 했을까”라고 반문하며 “칸과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와 비교하다 쑥 나온 표현으로 미국 젊은 분들이 트위터 등에 올리면서 화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최근 정치권에서 대구 생가 복원 등 앞다퉈 공약을 내놓는 것에 대해선 “제 동상 설립과 생가 복원은 제가 죽은 다음에 이야기하셨으면 좋겠다”며 “‘이 모든 것도 다 지나가리라’라 생각하며 관련 기사를 넘겼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차기작 준비가 달라지진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준비 중인 영화 2편은 평소 하던 대로 만들 생각”이라는 것이다. 봉 감독은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다룬 한국어 영화 1편, 2016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어 영화 1편을 동시에 준비 중이다. 그는 “(자신이 아카데미상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힐 때 존경을 표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오늘 아침 편지를 보내왔다”며 “‘쉬라, 대신 조그만 쉬어라,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차기작을 기다린다’는 내용이 담겨 기뻤다”고도 했다.
봉 감독은 “(전작) ‘옥자’를 끝낸 후 2017년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받았음에도 ‘기생충’을 너무 찍고 싶어서 없는 영혼까지 긁어 만들었고, 여기까지 왔다”며 “2015년쯤 곽신애 대표랑 처음 이야기 한 ‘기생충’이 행복한 마무리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밝히기도 했다. 봉 감독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질 ‘기생충’에 대해선 “애덤 매케이 감독이 각본을 쓸 것이고 연출자를 찾아야 한다”며 “틸다 스윈튼과 마크 러팔로 캐스팅 보도가 나왔으나 아직은 언급하기 이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 흑백판 개봉(26일)을 앞두고 있다. 봉 감독은 “거창한 의도가 있다기 보다 고전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1930년대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호기심이 있다”고 말했다. “‘기생충’ 흑백판은 지난달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첫 상영 됐는데 한 관객이 ‘냄새가 더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며 “배우 연기를 좀 더 세세히 볼 수 있고, 컬러판과 여러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는데, 관객에게 선입견을 심어주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외국 기자가 “‘기생충’이 불편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흥행 한 이유”를 묻자 “‘기생충’을 만들면서 현대사회 빈부격차에 대한 씁쓸함과 쓰라림과 관련 단 1㎝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려 했다”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솔직히 표현하는 게 대중적으로 위험해 보여도 ‘기생충’이 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한국에서는 1,000만 관객이 호응해주셨고, 프랑스와 베트남, 일본, 영국 등 동시대 전 세계 관객이 좋은 반응을 보여줘 아카데미상 수상을 떠나 의미 있고 더 기뻤다”고도 했다. 봉 감독은 한국 영화 양극화 현상에 대해선 “젊은 신인이 (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나 ‘기생충’과 한 자도 다르지 않은 시나리오로 과연 투자 받을 수 있을까 (한국 영화계가) 냉정하게 자문할 때”라며 “1980~90년대 흥했던 홍콩 영화가 어떻게 쇠퇴했는지를 기억하며 (투자사들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우들도 오스카 캠페인과 아카데미상 수상 당시를 떠올리며 벅차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을 때) 영상을 자세히 보시면 제가 동작을 많이 조심스러워 하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때 제가 과도하게 축하하는 바람에 봉 감독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오스카 캠페인에 늦게 합류했는데, 봉 감독과 송강호 선배 인기가 너무 높아서 입을 벌리고 쫓아다니기 바빴다”고 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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