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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ㆍ작가에게도 저작권 줘야 ‘제2 기생충’ 나온다”

입력
2020.02.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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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 오론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사무총장은 18일 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만나 "제2의 봉준호가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등 창작자를 저작권자로 법에 명시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가디 오론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사무총장은 18일 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만나 "제2의 봉준호가 계속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등 창작자를 저작권자로 법에 명시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작사가, 작곡가 등 저작권자가 확실한 음악과 달리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 영상물 저작물은 저작권자가 법 조항에 확실히 규정돼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제작자나 투자자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물 저작권 일부라도 줘야 ‘제2 봉준호’ ‘제2 기생충’이 나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기총회 참석 차 한국을 찾은 가디 오론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서울 중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처럼 강조했다. CISAC는 세계 120여개국 230여개 회원사를 보유한 비영리단체로 창작가 권익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오론 사무총장은 “한국은 한음저협이 연맹의 이사회로 선출될 만큼 저작권 분야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나라지만, 영상물 분야에선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영상물 저작물의 창작자 보호는 최근 연맹이 중점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영화의 경우,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 제작자와 투자자가 저작권을 가진다.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의 저작권은 없다. 한국도 특약이 없으면 감독과 작가가 제작자에게 저작물의 공개상영, 방송 등 일체 권리를 넘긴 것으로 본다. 가수나 작사ㆍ작곡가가 자신의 참여한 노래에 저작권을 갖는 상황과 다르다.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연출자와 작가를 저작권자로 명시하는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연맹의 입장이다. 오론 사무총장은 “영국과 홍콩은 최근 감독과 작가를 제작자와 함께 ‘공동 저자’로 명시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고, 칠레와 콜럼비아에서도 감독과 작가를 저작권자로 인정해주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는 ‘기생충’ 사례와 연결된다. 봉준호 감독이 2016년부터 2년간 대표를 맡았던 한국영화감독조합도 영상물에 대한 감독과 작가의 저작권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기생충’의 저작권은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투자ㆍ배급사인 CJ ENM이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론 총장은 “영상물 창작자들이 힘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 법을 개정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저작권 관련 단체도 만들어야 한다”며 “유럽 법에 따르면 유럽에서 사용되는 한국 영상물에 대해서도 똑같은 저작권료를 내야 하지만 한국에선 영상물 창작자를 보호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음악 저작권자들을 위한 신탁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반면, 영상 저작권자들을 위한 단체는 없다.

오론 사무총장은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회원제 스트리밍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 시장이 커지면서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음악이든 영상이든 플랫폼마다 저작권료가 천차만별인데 유튜브 같은 거대 플랫폼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아마존이나 스포티파이보다 더 적게 돈을 내는 것은 문제”라면서 “저작권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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