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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장기집권 기강해이 추궁에 야유로 맞선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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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기국회서 벚꽃 모임 사유화 등 공세
아베, “의미 없는 질문” “거짓말쟁이”일축
‘신종 코로나’ 초동대응 부실도 도마 오를 듯
일본에는 의원내각제인 영국 의회에서처럼 국회에서의 ‘야유 문화’가 남아 있다. NHK방송의 국회 생중계를 보면 야당 측이 총리의 발언에 야유를 하고 여당 의원들이 이에 반박하며 총리를 옹호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엿볼 수 있다. 물론 일정한 선을 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최근 일본 국회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야당 의원에게 야유성 발언을 한 것을 둘러싸고 회의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아베 총리의 야유가 도마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총리의 거친 발언이 반복되는 데에는 장기집권에 따른 자만심과 의회 경시 태도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쓰지모토 기요미(辻本淸美) 입헌민주당 의원은 아베 총리를 상대로 친분이 있는 사학재단에 특혜를 줬다는 모리토모(森友)ㆍ가케(加計)학원 스캔들과 정부 예산이 투입된 ‘벚꽃을 보는 모임’ 사유화 논란을 거론하며 “도미는 머리부터 썩는다. 이 지경까지 왔다면 머리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슬슬 아베 총리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다”고 직격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베 총리는 흥분한 목소리로 “의미 없는 질문을 한다”고 야유했고, 쓰지모토 의원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회의가 중단됐다. 야당은 이후 국회 일정을 중단시키고 총리의 사죄와 발언 철회가 없을 경우 징벌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당인 자민당 측이 오는 17일 아베 총리가 사과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소동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13일에도 아베 총리의 뻣뻣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야당이 친(親)정권 인사인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의 정년을 이례적으로 6개월 연장한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문제 삼자, 아베 총리는 “자의적 인사를 해왔다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또 목청을 높였다.
앞서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선 구로이와 다카히로(黑岩宇洋) 입헌민주당 의원이 아베 총리가 벚꽃을 보는 모임 전야제에 참석한 지지자들을 고급 초밥집에서 대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거짓말쟁이”라고 맞받았다. 12일 해당 발언에 대한 사죄 요구에는 “비생산적이고 정책과 무관한 질의 응답을 계속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아베 총리가 돌출 발언을 자주 하는 배경에는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집중적인 공세를 받고 있어서다. 벚꽃을 보는 모임의 사유화 논란 외에 여당 의원들의 카지노 등 복합리조트(IR) 뇌물수수 의혹, 도쿄검사장 자의적인 정년 연장 논란, 총리 보좌관과 후생노동성 간부의 밀회설 등 장기집권에 따른 기강해이 조짐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대형 크루즈선 탑승자 외에 국내 감염자가 속출하며 정부 대응에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아베 총리를 더욱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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