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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우한 실태 알린 영웅 천추스의 실종… 시진핑에 억눌린 민심 폭발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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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장의 티켓이 저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유품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도망치지 않고 이 상황을 마주할 것입니다."
며칠 전 실종 논란에 휩싸였던 중국의 시민기자 천추스(34)가 지난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후베이성행 기차표 사진과 함께 게재한 글이다. 천추스의 지인이자 종합격투기 선수인 쉬샤오둥(40)이 중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격리 사실을 공개했지만 성난 민심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미 진실을 외면한 중국 정부의 언론탄압에 지칠 대로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본업인 천추스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유명세를 탔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에 현지 영상을 올리며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묘사하는 정부의 여론전을 비판했다. 천추스의 1인 미디어 보도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천추스를 체포해 모든 영상을 지우고 웨이보 계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무려 74만명의 구독자가 있었던 천추스의 계정은 현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웨이보 계정이 삭제당한 후 천추스는 지난 10월부터 유튜브와 트위터로 플랫폼을 옮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는 자신의 본업을 살려 시민들에게 법률 조언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던 1월 22일 천추스는 중국언론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고 이틀 후 후베이성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당국의 우한시 폐쇄령으로 외부 언론의 진입이 자연스럽게 차단됐지만 천추스는 봉쇄령 하루 전에 시내 진입에 성공했다. 이후 25일부터 이번달 4일까지 꾸준히 우한시에서 병원·시장 등의 참혹한 현장 영상과 공포에 떨고 있는 시민 인터뷰를 보도했다. 발병 초기부터 정보 공개를 꺼리던 중국 정부로서는 ‘내부의 골칫거리’가 생긴 셈이다.
4일 시민 인터뷰 이후로 추가 영상이 올라오지 않던 중, 천추스의 어머니가 6일 우한시민에게 아들의 행방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영상을 올렸다. 다음날 쉬샤오둥 역시 천추스가 연락두절됐다는 사실을 전하며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중국 정부가 천추스의 거취에 관한 해명을 했음에도 시민들의 ‘합리적 의심’이 계속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 동안 반정부 입장에 선 중국 언론인들이 실종·체포된 적이 너무도 많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정부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후 구금된 언론인 수는 현재 106명에 달한다. 이는 국경없는기자회가 파악하고 있는 전 세계에 구금된 언론인 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에게 흔히 적용되는 혐의는 ‘분쟁 유발’, ‘국가전복’.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죄목이 자주 붙는다.
천추스의 신변과 무관하게 이번 상황 역시 의문투성이다. 지인이 감염 증상이 없었던 천추스가 격리된 이유를 묻자 당국이 “위험한 곳을 자주 돌아다녀 격리시켰다”고 답했다. 스스로 천추스가 유증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천추스 뿐만 아닌 모든 격리 대상자의 휴대폰을 수거한다”라고 밝히면서는 더 큰 치부를 드러냈다. 정부를 거치지 않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유가 중요한 재난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의 업보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스스로 더 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현재 국경없는기자회가 파악하고 있는 구금상태의 직업 언론인은 67명, 시민기자는 39명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언론 활동과 적용 혐의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고, 신원이 확실하게 공개된 사람들의 수다. 다른 비영리기관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홈페이지에 언론인 48명의 신원을 공개하고 있다. 이 목록에는 포함돼 있지만 국경없는기자회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이들도 있다. 중국에서 언론 활동을 하다 구금된 이들의 수는 106명을 넘을 것이다.
아래에는 천추스처럼 시민기자나 프리랜서 기자 활동을 하다 현재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돼 있는 언론인 12명의 사진을 추려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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