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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안철수에게 ‘기회의 땅’이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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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ㆍ공정ㆍ혁신 화두로 ‘어게인 2016’
탈진영ㆍ탈이념 중도 정당 로드맵 제시
물적ㆍ인적 기반 의문, 또 ‘떴다방’ 우려
안철수는 2016년 4월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으나 한달도 안돼 거센 안팎의 ‘내홍’에 시달리며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기득권 양당 체제 타파와 국민통합을 앞세운 그의 ‘순진한’ 모험이 민주개혁 세력의 분열을 초래해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에 개헌선을 헌납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야권 통합과 연대를 제안하며 그를 흔들어댔고, 일부 진보 지식인들은 ‘사쿠라 세력, 악성 바이러스’라는 조롱도 퍼부었다. 공동 창업자인 일부 인사가 당직 사퇴와 탈당 카드로 압박해 당 내부도 시끄러웠다.
안철수는 “무조건 통합 주장은 익숙한 실패의 길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광야 옥쇄론으로 맞섰다. “물도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 적뿐인 광야에 서 있지만 도중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새로운 땅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고 했다. 4ᆞ13 총선은 안철수의 손을 들어 줬다. 공천 파동으로 자멸한 새누리당은 개헌저지선을 애걸한 민주당에 원내 1당을 내주는 치욕을 맛봤고, 국민의당은 두 당과 비슷한 정당득표율로 38석을 얻어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후 국민의당은 호남 편중과 리더십 한계, 모호한 노선으로 몰락의 길로 치달았고 안철수도 오락가락 정치 행보로 국민 기대와 열망에 역행한 것은 자신도 인정한 바다.
묘하게도 안철수가 4ᆞ15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어게인 2016’을 외치고 있다. 2018년 6ᆞ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 낙선한 후 독일과 미국에서 ‘달리며 공부’하다 돌연 정계 복귀를 선언하더니 귀국 즉시 신당 창당에 나선 것은 기시감을 갖게 한다. 4년 전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해 속전속결 단기필마로 국민의당을 만든 장면이 떠올라서다. 오로지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정치를 재개했다는 그가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일하는 정치를 3대 지향점으로 제시한 것이나 진영논리와 반사이익에 기대는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도 새롭지 않다.
2012년, 혹은 2016년과 지금의 안철수는 뭐가 다를까. 그는 “더욱 간절해졌다”고 했다. 정치가 변해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칭 ‘안철수 신당’과 ‘철수 정치’에 대한 여러 회의론을 감안한 듯 “이번 신당은 다른 정당과 같은 또 하나의 정당이 절대 아니다”며 ‘처음’ 시도하는 정당임을 유달리 강조했다. 또 투명ㆍ공유ㆍ혁신에 기반한 실용적 중도정당 로드맵을 내놓고 이념과 진영정치 극복, 기존 정당의 틀ㆍ관성 파괴, 무책임 정치 퇴출을 약속했다. 중도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무식하거나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는 궤변”이라고 반박하고 양 극단 정치에 맞서 중심을 잡는 ‘투쟁하는 중도’를 제시했다.
이런 안철수에게 다시 기회의 땅이 열릴까. 그는 보수진영이 추진하는 ‘빅텐트 신당’에 대해 “정부 여당이 바라는 함정에 들어가는 꼴”이라며 일찌감치 거리를 뒀고 자신은 21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신당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그 결과에 따라 2022년 대선을 넘보겠다는 뜻일 게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V3 탄생 30주년을 맞는 올해는 그에게 특별할 법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나라 전체가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그가 정치권의 무능력과 불공정, 반민주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슴보다 머리가 더 큰 그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되레 피로감이 커진 게 사실이다. 최근 기성 정당의 낡은 행태에 등돌린 중도무당층이 30%대로 늘어났지만 ‘안철수 정치’를 기대하는 사람은 5%도 안 된다. 그의 메시지가 감동적으로 와닿지 않고 물적ᆞ인적 동력도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회라면 정치 지형이 유동적이라는 점인데, 그의 네 번째 창업은 ‘떴다방’ 신세를 면할 수 있을까.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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