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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술 지원 덕에”… 인니 잠수함 수심 250m 잠항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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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섬 서쪽 앞바다에서 뾰족한 검은 물체가 솟아올랐다. 소용돌이와 물길이 뒤엉켜 우리나라 울돌목보다 파류(波流)가 센 바다를 유영하듯 뭍으로 다가오는 잠수함이었다. 20일 오전 8시 자바섬 동쪽 끝 바뉴왕이 신(新)항에서 출항한 잠수함은 임무를 완수하고 해질녘인 오후 5시40분 귀환했다. 승조원들이 이날 뭍에 디딘 첫발은 인도네시아군 역사에 위대한 도약이었다. 육지에서 기다리던 50여명은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인도네시아 승조원과 관계자 41명, 우리나라 기술진 9명이 잠수함에서 내렸다.
‘신의 무기’를 뜻하는 1,400톤급 잠수함 405 알루고로(Alugoro)는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특별하다. 2011년 한국이 첫 수출한 재래식 디젤 잠수함 세 척 중 3번함으로, 완제품을 수출한 1, 2번함과 달리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우리 기술을 전수받은 현지인들이 직접 조립했기 때문이다. 작년 4월 진수한 3번함은 암벽(정박) 시운전을 마치고 올해 1월 3일부터 6개월간 해상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본보 2019년 11월 28일자 17면 참조).
이날 임무는 잠수함이 잠항해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최대 깊이까지 내려가는 최대작전심도(NDD) 시험이었다. 60여개에 달하는 해상 시운전 항목 중 잠수함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 가장 중요한 훈련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인도네시아가 첫 조립한 잠수함으로는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그만큼 성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3번함은 이날 수심이 500m인 발리 북서쪽 먼바다에서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250m 깊이까지 내려가 1시간30분간 잠항했다. 안전상 이유로 기자는 탑승할 수 없었지만 승조원들은 한결같이 성공에 들떠 있었다. 함장 타우피크 중령은 “100m, 200m 내려가면서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 완벽하게 해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다섯 개 부분(섹션)을 각각 만든 뒤 조립하는 잠수함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으로 꼽히는 잠항시 수압에 의한 용접 부위의 파손은 전혀 없었다. 함께 탑승한 유수준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본부장은 “작은 누수의 원인으로 지목된 관통구 밸브를 잠그자 아무 문제 없었다”고 밝혔다. 잠수함엔 300개가 넘는 관통구가 있다.
NDD 훈련의 성공으로 양국의 ‘잠수함 우정’은 더 두터워졌다. 현지에서 잠수함 운항을 총괄하는 박제한 대우조선해양 부장은 “3번함은 1, 2번함의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여 무결점에 도달했고, 인도네시아의 잠수함 조립 기술이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평했다. 3번함을 조립한 인도네시아 국영조선소 ㈜PAL의 부디만 사장은 “10년 가까이 한국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덕분”이라며 “더 많은 협력을 통해 승조원들의 운항 능력을 향상시키고 조립 수준을 넘어 우리 손으로 완전한 잠수함을 건조하고 싶다”고 했다.
해양 강국을 꿈꾸는 1만7,000여개의 섬나라 인도네시아는 3척의 잠수함 2차 사업 물량도 지난해 3번함 진수식 때 우리나라와 계약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아직 선수금을 입금하지 않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날 프랑스의 한 언론매체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의 프랑스 방문에 맞춰 ‘인도네시아가 한국과의 잠수함 및 차세대 전투기(KF-X/IF-X) 사업 계약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우리나라 일부 매체가 이를 인용했다.
그러나 프라보워 장관은 CNN인도네시아 등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잠수함 장교 출신인 정연수(50)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은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10년간 쌓아온 잠수함 체계 훼손, 전력 증강 차질, 국가신인도 하락 등을 초래하는 계약 취소는 선택하기 힘든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훈련 뒤 진행된 만찬 때의 모습은 양국의 잠수함 2차 사업 정식 계약이 낙관적임을 보여줬다. 리스티안토, 하루토요 준장 등 해군본부 장성들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은 스스럼없이 우의를 다졌다. 양국 참석자들은 현재와 성공과 미래의 협력을 한국어로 이렇게 여러 차례 외쳤다. “우리는 하나다!”
자바 바뉴왕이=글ㆍ사진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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