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년 기자회견의 ‘협치와 통합’ 약속, 허언 되면 안 된다

입력
2020.01.15 04:40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권을 얻으려고 손을 든 기자들 중 한 명을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은 100분 동안 대통령이 직접 지정한 출입기자가 자유롭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국정운영 구상을 비교적 날것으로 엿볼 수 있게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유치원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지난해부터 이어온 패스트트랙 대전이 일단락된 것에 고무된 듯 검찰 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 분야에서 문 대통령은 “분명한 것은 부정적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 지표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고 여러 비판과 반대에 직면해 있지만 기존 정책 기조를 계속 이어나가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이해된다.

아쉬운 것은 협치에 대한 인식이었다. 여권은 지난해 제1 야당을 ‘패싱’한 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정권의 숙원 과제였던 쟁점 법안을 처리했다. 검찰의 과잉 수사가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여러 도덕적 하자에도 불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밀어붙여 극심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야당과 반대 진영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말로는 민생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듯하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여당 책임은 일언반구도 없이 야당의 발목 잡기만 부각시키면 “야당 인사 중 내각에 함께할 수 있는 분이 있으면 노력하겠다”는 ‘협치’ 발언을 누가 믿겠나.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겪은 고초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 이젠 좀 놓아 주자”면서도 조 전 장관 가족의 불공정 입시 논란으로 상처 받은 청년들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올해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패한 야당이 절치부심의 자세로 4ㆍ15 총선에 임하고 있어 국론 분열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 반대 진영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마침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취임식을 열고 임기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삼권분립 훼손 논란에도 입법부 수장을 지낸 그를 총리에 지명한 것이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이 결코 허언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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