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폭등 호가 잡혔지만… ‘거래 절벽’ 다시 시작

입력
2020.01.13 20:30

[12ㆍ16대책 한 달]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급매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무섭게 뛰던 호가는 안정됐지만 대신 거래가 끊겼다. 당분간 정부와 시장의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H부동산중개업소 대표)

“9억원 이하 매물은 드물다. 7억원 초반이던 매물이 대책 이후 2,000만원 올랐는데도 금세 팔렸다.” (성북구 돈암동 C부동산중개업소 대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인 ‘12ㆍ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을 맞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이 ‘15억원 초과’와 ‘9억원 이하’를 기준으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15억원 초과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과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은 거래가 사실상 실종됐다. 반면 9억원 이하 시장은 늘어나는 매수 문의에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그래픽=신동준 기자

◇숨죽인 강남

13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첫째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7% 상승했다. 12ㆍ16 대책의 주요 타깃인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는 가격하락 우려와 매수문의 감소로 급매물이 잇따르면서 지난주(0.07%)보다 오름폭(0.04%)이 줄었다.

재건축 단지 가격은 17주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첫째 주(10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3% 감소하며 지난해 8월30일 이후 17주만에 하락 전환했다.

실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는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대책 발표 전보다 5,000만~1억원 내린 19억8,000만∼20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최저가 급매물이 대책 직전 21억8,000만원에서 지난주 19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호가 하락이 실제 거래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집주인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느라 매물을 내놓지 않고, 매수 대기자는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에 따르면, 계약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이날까지 실거래 신고된 서울 아파트는 총 1,351건이었다. 12ㆍ16 대책 전 30일간(6,982건)보다 80% 가량 급감했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그래픽=신동준 기자

◇커지는 풍선효과

반면 12ㆍ16 대책의 포화를 피한 9억원 이하 아파트는 기지개를 펴고 있다. 나왔던 매물이 다시 회수되고, 일부 거래 물건은 신고가를 찍고 있다. 풍선효과를 기대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매수자들은 제대로 흥정도 못 해본 채 그 가격에 사는 것이다.

성동구 응봉동 대림강변 전용 59.76㎡ 지난달 초 8억1,500만원에 팔렸던 것이 이달 3일에는 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강서구 방화동 마곡푸르지오 전용 84㎡는 11월초보다 6,000만원이나 오른 8억9,900만원에 지난달 말 계약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은 안정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매매시장이 경색되는 국면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집값 상승의 배경인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안정세 지속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절벽’ 현상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매매거래가 끊기면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연장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전세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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