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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보수 야권의 ‘정치 IQ’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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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담합’에도 한국당 지지 민주당 절반
통합ㆍ혁신 외면한 “총선승리”주장은 빈말
‘유승민 3원칙’에 혁신ㆍ감동 보태야 기회
새해 초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자유한국당으로선 당혹스럽고 일반인들에게도 다소 의외였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이른바 ‘4+1 협의체’ 혹은 ‘과반수 연합’이 지난해 말 새해 예산안과 선거법ㆍ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힘으로 밀어붙인 후유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다. 패스트트랙 등 국회법에 따른 적법 절차라 해도, 국가시스템과 관련한 주요 법안을 제1 야당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표결로 강행 처리한 만큼 여권에 대한 부정 여론이 치솟고 한국당은 반사이익을 누릴 법했으나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 한겨레와 글로벌리서치, MBC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날, 서울신문과 리서치앤리서치, 뉴시스와 리얼미터 등의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로 여겨졌던 4ㆍ15 총선의 의미가 정권 심판보다 야당 심판에 있다는 답변이 50%를 훌쩍 넘었다.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민주당 지지가 모두 40%대인 반면 한국당 지지는 대부분 20%대 초ㆍ중반에 머물렀다. 예산안까지 연계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이 단식과 필리버스터 등의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고 밀실야합이니 좌파독재ㆍ장기집권 음모니 하며 선전전을 폈지만 집토끼 결속만 강화했을 뿐 중도ㆍ무당층으로의 외연 확장에는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얘기다.
한국당이 고함치지 않아도 햇수로 집권 4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조국 사태로 공정과 정의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혁신과 평화는 길을 잃었으며 포퓰리즘적 포용만 간신히 남았다. 그런데도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50%를 넘나들며 4년차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가능할까. 여권이 40%대의 ‘대깨문’ 지지층 위에서 정치공학적 플러스게임을 펴는 반면 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부재 아래 감동 없는 마이너스 게임에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당의 ‘정치 IQ’가 민주당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행동도 굼뜨다는 얘기다.
황교안 대표의 새해 첫 메시지는 “4월 총선에서 승리해 문재인 정권의 모든 적폐를 정상으로 돌려놓겠다”였다. 그가 꺼낸 무기는 보수 통합이었고, 설 전에 당밖에 통합추진위를 만들고 총선 전에 야권 통합의 빅텐트를 치겠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우리가 이 정권을 심판하지 못한다면 역사가 우리를 심판할 것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는 사치에 가깝다”는 결연한 의지도 천명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황 대표는 조국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광화문집회에서 “자유우파 통합을 위해 나를 내려놓고 죽을 각오로 앞장서겠다”고 했다. 통합 상대인 유승민 의원이 10월 ‘통합 3원칙(탄핵의 강 건너 개혁보수로 새집 짓기)’을 제시하자 11월 그는 전격적으로 통합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사실 그 때가 골든타임이었고 그의 말대로 총선에서 보수 진영이 승리하려면 연말 이전에 통합 로드맵이 마련됐어야 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투쟁에 올인하는 전략의 빈곤만 드러낸 채 게(여론)도 구럭(통합)도 잃는 우를 범했다.
현재 보수 야권의 형세를 보면 딱하기 짝이 없다. 보스는 있으나 리더가 없어 4분5열로 찢어졌고, ‘크게 버려 크게 얻는’ 결단과 헌신은 찾기 힘든다. 유승민 3원칙을 공개 수용해 통합에 속도를 내려던 황 대표가 한 줌도 안되는 친박계의 협박에 물러선 것은 대표적 사례다. 그나마 9일 보수계열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한국당과 새보수당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가 출범한 것은 작은 진전이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과 걸음으로 총선 전에 통합보수당이 단일대오로 출범해 승리를 기약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새해 여론조사는 여권의 위선적 행태와 일방 독주에 등돌린 중도층이 한국당에서 더 멀어졌음을 보여준다. 낡은 보수와 결별하는 혁신, 즉 정치 IQ을 높이는 작업이 통합과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 IQ가 낮으면 여기저기서 얕보이게 된다. 야당 보란듯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쳐낸 여권의 인사권 남용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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