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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세월호 유가족 포털 닉네임ㆍ통장사본까지 사찰했다

입력
2020.01.08 15:34
수정
2020.01.08 23:17
14면

특조위, 청와대ㆍ국방부 관계자 등 71명 검찰에 수사요청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 수사요청 기자간담회'에서 사찰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세월호 유가족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사찰하고 청와대는 이를 보고받은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71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뉴스1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박병우 세월호참사진상규명국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전 기무사 및 청와대 관계자 등의 민간인 사찰 혐의 수사요청 기자간담회'에서 사찰 증거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세월호 유가족의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사찰하고 청와대는 이를 보고받은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71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뉴스1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수개월에 걸쳐 유가족의 개인정보는 물론 TV 시청 내용까지 전방위로 사찰하고 청와대가 이를 보고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8일 유가족 사찰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ㆍ국방부ㆍ기무사 소속 71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조위가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장수ㆍ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전 경호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등 청와대와 국방부 관계자 5명은 기무사에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하고 이를 보고받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ㆍ업무방해)를 받는다.

특조위는 “김기춘 전 실장 등은 2014년 4월 18일부터 9월 3일까지 총 35회에 걸쳐 기무사가 불법 수집한 정보를 대면보고 받고 이를 언론대응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가 대변인 발언에서 관련 정보를 활용한 정황이나 기무사의 보고 내용을 호평했다는 관련자 진술 등에 비춰 명시적인 (사찰) 지시가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안보실장과 정무수석도 대면보고를 받았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간접적으로 이를 전달받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기무사 지휘부와 현장 활동관 66명도 이에 공모해 민간인을 사찰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중 6명은 이미 2018년에 기소됐다.

특조위에 따르면 기무사 지휘부는 민간인 사찰이 위법하고 직무와 무관하다는 점을 알고도 610부대(광주ㆍ전남)와 310부대(안산)에 세월호 유가족의 분위기나 소란행위 등 ‘특이 언동’ 수집을 지시했다.

2014년 4월 28일 이후에는 참모장을 필두로 ‘세월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불만을 가지거나 과격한 유가족이 있는지 알아보라”, “과하다 싶은 정도의 무리한 요구를 하면 보고하라”는 등의 지시도 내렸다고 특조위는 밝혔다.

현장 활동관들은 참사 후 6개월간 일선에서 유가족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이중에는 유가족의 포털 닉네임과 블로그 주소 등 인터넷 활동 내역부터 통장 사본ㆍ주민등록증 사진 등 개인정보도 수집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이들의 TV 시청 내역, 야간에 술을 마시거나 화를 낸 사례, ‘구강청결제 대신 죽염을 요구했다’처럼 사소한 사항까지 기록해 상부에 보고했다는 게 특조위의 설명이다.

특조위는 “국가의 보호 대상인 유가족들이 수사요청 대상자들로부터 보호를 받기는커녕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사찰 당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 등을 침해당했다”며 “유가족을 고통 받게 한 각종 허위사실 유포와 사찰 사이 명확한 연관 관계도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4ㆍ16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특조위 발표 직후 “유족 사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것은 환영”이라며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유가족을 공격한 이들을 국가폭력 행사 혐의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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