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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스토리 박스] 낮은 수가에 포기 많고… 의사들 안전에 불안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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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왕진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왕진 당일에는 외래를 접어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왕진하다가 기존 환자들을 다른 의원에 뺏길까 봐 겁도 나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내과 전문의 A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1차 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처럼 의사 중에는 ‘가성비’가 떨어져 왕진 시범사업 참여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B씨는 “왕진을 가게 되면 환자 상태를 면밀히 점검해 상담을 해야 하고, 주사는 물론 필요할 경우 피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진료를 봐야 하는데 생각보다 수가가 너무 낮아 참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왕진료에 의료행위, 처치 등이 모두 포함된 통합수가(11만5,000원)는 물론 약 8만원의 왕진료와 함께 추가적으로 발생한 의료행위 비용을 지급하는 별도수가 금액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안전 문제도 거론됐다. 경기 부천시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C씨는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이들이 진료에 불만을 품게 되면 의사 혼자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며 “여의사들은 왕진 자체를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회원 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게 안전”이라며 “왕진사업에 참여한 의사들이 탈 없이 진료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진제도가 성공하려면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사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수가가 낮아 사업 참여를 신청한 의사들이 중도에 포기할 수 있고, 환자 진료 횟수를 의사 1인당 1주일 15회로 제한해 정작 환자를 제대로 보고자 하는 의사들은 진료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가를 통한 동기부여보다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을 종합 관리할 수 있도록 왕진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의사의 왕진과 함께 약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 치료와 재활에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통합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진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일반의 D씨는 “왕진을 의대 재학 시 경험했던 무의촌 의료봉사 정도로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다”며 “왕진을 하면 야간진료를 보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왕진수가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과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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